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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순철이 끝내 24년만의 복싱 금메달 한을 풀지 못했다.
한순철(서울시청)은 12일(한국시간) 오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2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복싱 남자 60kg급 결승전서 마실 로마첸코(우크라이나)에게 패배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복싱은 대표팀 이승배 감독이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결승전에 오른 뒤 16년만에 결승 진출자를 배출했으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로마첸코의 벽은 높았다.
그래도 한순철은 한국 복싱을 위해 투혼을 불살랐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은메달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낸 메달리스트다. 만약 한순철이 16강전서 탈락한 신종훈에 이어 도중 탈락했을 경우 복싱은 늘 그랬듯 국제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값진 은메달을 따는 모습이 일요일 밤 한국 각 가정에 전파를 타면서 사람들은 한국 아마복싱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사실 16년만의 결승진출도 대단한 성과인데 동시간에 홍명보호가 동메달을 따는 환희에 철저하게 묻혔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국 아마추어 복싱이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잘 안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어 즐기는 사람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다 배우 이시영이 전국대회를 휩쓸며 화제몰이를 해 반짝 관심이 일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국가대표 복싱 선수는 남자 10명에 여자 3명, 상비군은 고작 30여명에 불과하다. 단기간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극심한 복싱은 그만큼 힘든 운동이다. 엘리트 스포츠가 위기인 가운데 복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하지만, 한순철의 은메달로 복싱은 정직한 스포츠라는 게 밝혀졌다. 두살배기 딸이 있는데도 아직 결혼하지 못한 한순철은 오로지 올림픽을 향해 정진했다. 신종훈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림픽에서 강자들을 때려눕혔다. 힘들지만, 하면 된다는 평범하면서도 진부한 말을 한순철은 증명해 보였다.
한편,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은 대한복싱연맹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대한복싱연맹은 안상수 전 회장이 지난 4월 사퇴한 뒤 김영기 부회장을 권한대행으로 추대했는데,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은 이를 공정하지 못한 과정에 의한 것으로 본 듯하다.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은 한국 선수들의 런던올림픽 출전은 허용했지만, 이후에는 국제대회 출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싱은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의 전략 종목으로 분류돼 각종 지원을 받았다.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한순철의 은메달을 계기로 대한복싱연맹은 연맹 정상화와 함께 아마복싱 활성화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순철. 사진 = gettyimage/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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