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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올림픽 개막식의 볼거리 중 하나는 각국의 기수(旗手)들이다. 기수는 자국 선수단 중 가장 먼저 등장하기 때문에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올림픽도 예외는 없었다.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비롯, 남녀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펜싱 여제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 등이 이번 올림픽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기수로 나섰다. 미국은 사상 최초로 여자 기수인 펜싱 스타 마리엘 자구니스를 내세웠다.
자신의 국가는 물론 종목을 대표하는 이들 기수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저마다 금메달을 꿈꿨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의 금메달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기수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했다.
특히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자구니스는 김지연과 치른 준결승으로 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제패한 세계랭킹 1위 자구니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 후보 1순위였다. 김지연과의 준결승에서도 12-5로 앞서며 손쉽게 결승행 티켓을 예약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김지연이 연속 5득점으로 추격한 뒤, 자구니스의 공격 이후 다시 5득점하며 경기를 끝낸 것이다. 한국의 신성 김지연에 패한 자구니스는 눈앞에서 승리를 놓치고 망연자실했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패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베잘리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여자 플뢰레 개인전 4연속 금메달을 노리던 베잘리는 준결승에서 이탈리아 동료인 아리아나 에리고에 패해 금메달이 좌절됐다. 결정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베잘리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남현희를 꺾고 동메달을 따냈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74년생인 베잘리의 나이가 불혹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단순히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변임에는 분명했다.
테니스 스타들도 윔블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다. 조코비치는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개최국의 스타 앤디 머레이에 패했고, 동메달 결정전도 승리로 가져가지 못했다. 영국 기수로 나서지 않은 머레이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마저 꺾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샤라포바도 여자 단식 결승에서 미국의 서리나 윌리엄스를 맞아 2세트에서 단 한 게임만 따내는 졸전 끝에 완패했다. 올림픽 테니스 결승전 사상 최악의 완패였다.
하지만 이러한 '저주론'을 정면으로 비웃는 이도 있었다. 바로 영국의 사이클 영웅 크리스 호이였다. 개최국 영국의 기수로 나선 호이는 2관왕에 오르며 영국이 미국, 중국, 러시아의 3강 구도를 깨고 종합순위 3위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볼트도 자신이 출전한 100m,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2연속 3관왕 달성에 성공했다.
한편 한국 선수단의 기수로 나선 남자 핸드볼의 윤경신도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아쉬운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조별예선에서 5전 전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볼트를 앞세운 자메이카 선수단(위)-세르비아 기수 조코비치.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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