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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주말드라마 '닥터 진'에서 정작 의사의 이야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닥터 진'은 원작이 있다는 부담감 탓인지 차별된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영래 아씨(박민영)와 진혁(송승헌)의 로맨스를 강조했고, 흥선군(이범수)을 새롭게 해석했으며, 김경탁(김재중)의 비극적 운명을 도드라지게 그렸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진혁의 의술 이야기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에게 원작과의 비교는 필연적이다.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원작에서 맛 볼 수 없는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하는 게 그런 작품들의 목표이자 넘어야 할 벽이기 때문이다.
'닥터 진'이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관심사는 원작에서도 제일 큰 흥미거리였던 의사 진혁의 이야기였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 의술을 뒷받침해 줄 의료장비나 의약품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좌절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새로운 장비와 의약품을 개발해 결국 생명을 구해내지만, 자신의 의술 때문에 역사가 바뀌고 있음을 깨닫고 생명과 역사 앞에서 갈등한다는 게 만화부터 이어진 '닥터 진'의 핵심 줄기였다.
그러나 한국판 '닥터 진'이 진혁의 의사로서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쪽에 집중하면서, 원작의 향기를 잃고 이름만 '닥터 진'인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 또 진혁이 느끼는 좌절과 갈등도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았으며, 진혁이 조선시대에서 미래의 의술을 도입해 환자를 살리는 장면도 너무 간단하게 표현됐다.
'닥터 진'에서 진혁의 의술을 뺀 나머지 이야기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왔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원작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한국판 '닥터 진'이 알맹이 빠진 허탈감을 준 것 역시 사실이다.
[배우 박민영(위)과 송승헌.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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