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른바 ‘묻지마 총력전’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우천 취소된 16일 포항 한화전을 앞두고 “이제부턴 승부처다. LG, 한화는 되도록 모두 잡아야 하고 주말 두산전, 다음주중 롯데전까지 모두 위닝시리즈를 가져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18일 현재 34경기를 남긴 상황. 마라톤으로 치면 37~8km 지점이다. 추격자 두산의 거센 발걸음이 아직 생생하게 들린다. 승부수를 던져 치고 나간 다음 정규시즌 2연패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류 감독은 당장 17일 잠실 두산전서 총력전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 1회 선취점을 따낸 뒤 3회와 5회 선두타자가 출루하자 연이어 희생번트를 지시했고, 6회 2사에서 잘 던지던 선발 브라이언 고든을 내리고 권오준~권혁~오승환을 가동해 2점을 지켜냈다. 류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도 5회 이전엔 되도록 희생번트 지시를 하지 않았고, 선발 투수는 최대한 오래 끌고 가는 경기 운용을 했으나 총력전 모드는 다르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총력전이라는 건, 위기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과, 점수를 짜내기 위해 벤치의 개입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시즌 내내 이렇게 1승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다 전력에 과부하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젠 마라톤의 막판 스퍼트이니 따질 게 없다. 류 감독은 눈앞의 1승을 바라보고 전력을 쥐어 짤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삼성 선수들은 작전수행능력이 좋다. 그러나 8월초 바닥으로 떨어진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오는 듯하다가 최근 다시 잠잠하다. 결국 적시타 없이 점수를 짜낼 확률은 높지 않다. 당장 17일 경기서 희생번트 작전은 모두 실패했다. 이런 양상이 계속될 경우 투수들에게 가해지는 부하는 커질 전망이다. 숙제로 남은 부분이다.
다만, 마운드 왕국답게 투수 운용에는 여유가 있다. 현재 1군에서 제외된 차우찬과 심창민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차우찬의 컨디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군에 올리면 붙박이 선발보단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지금 중간에 권혁만 왼손이니까 차우찬이 불펜에서 던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차우찬과 심창민이 불펜에 합류한다면 총력전에 필요한 마운드 세팅은 완료된다고 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 통합 2연패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두산과의 타이트한 승부는 삼성으로선 총력전을 견뎌낼 힘이 있는지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3연전에 따라 정규시즌 1위 향방이 가려질 수도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사실 삼성은 단순히 이번 3연전만 중요한 게 아니다. 크게 보면 두산과의 주말 3연전도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획득을 향해 나아가는 중간 과정이다. 이번 3연전이 끝나면 정규시즌이 끝나는 게 아니다.
류 감독이 다음주 롯데전과 하위권 팀들과의 승부를 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산과의 자존심 싸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목표는 잔여 34경기서 19승을 보태 류 감독의 한국시리즈 직행 예상 승수인 75승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두산 원정 3연전은 그 시작점이면서 동시에 1-2위 격돌에 따른 승차 변수가 걸린 복잡하고도 미묘한 양상을 띤다. 일단 첫 단추는 그럭저럭 잘 꿰었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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