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야구는 정글이다. 경쟁의 연속이다. 특히 각 팀 1군에서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감독은 선수들의 경쟁을 보면서 어떤 선수를 어떻게 기용할 것인지 결정한다. 매일 팬들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주전 선수들도, 알고 보면 영원한 자기 자리란 없다. 그런데 또 자세히 살펴보면 영원하지는 않아도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선수를 각 팀에 최소 1명씩은 찾아볼 수 있다.
▲ 대체 불가능한 선수? 있다
감독들은 흔히 선수들에게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주전 선수가 은연중에 ‘내가 못해도 다른 선수들은 어차피 나 만큼 잘하지 못하니까 결국 그 자리는 내 것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도태된다는 것이다. 실제 주전에서 백업으로 밀려난 선수들에겐 이런 방심이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 23일 대구 롯데전이 취소된 뒤 만난 류중일 감독은 색다른 논리를 폈다. 류 감독 역시 “나 아니면 안돼”라는 마인드가 위험하다고 보지만 “그래도 각 팀에 꼭 경기에 나서야 할 선수가 있다”고 했다. 1~2명이 미친듯이 잘하면 당장 1~2승을 할 순 있어도 그 팀이 꾸준히 잘하려면 결국 경기에 나서는 모든 선수가 자기 역할을 다 해야 한다.
팀 승리가 1이라고 치면, 모든 선수가 팀 승리에 필요한 데 드는 몫은 딱 잘라서 n분의 1이라고 할 순 없다. 분명 좀 더 많은 역할, 극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가 있다. 팀엔 그런 역할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해내는 선수가 필요하다. 그 선수는 팀의 전력과 팀이 처한 상황에 따라 4번타자일 수도 있고, 에이스일수도 있다. 유격수일수도 있고, 포수일수도 있다.
류 감독은 “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선수는 꼭 있다. 그런 선수가 대체 불가능한 선수다”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 각팀 대체 불가능한 선수, 누가 있나
그렇다면 각 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류 감독은 삼성의 경우 '김상수'라고 말했다. 김상수는 기본적으로 공격보단 수비에 방점이 찍힌 선수다. 삼성의 숨은 강점인 내야수비의 안정감, 그리고 삼성이 1~2점차 박빙승부서 지키는 야구가 되는 것은 김상수의 안정적인 수비력이 뒷받침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류 감독은 “조동찬이나 손주인이 유격수 수비를 할 수 있어도 김상수의 안정감엔 살짝 못 미친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팀에도 이런 선수는 있다. 롯데의 경우 일전에 양승호 감독이 '강민호'라고 했다. 롯데는 시즌 중 용덕한을 백업 포수로 영입했지만, 공수에서 리그 최고 스타 포수로 성장한 강민호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현재 롯데에서 용덕한 외의 나머지 백업 포수는 대부분 경험이 적고 어리다.
올 시즌 강력한 선발진으로 중무장한 두산의 경우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한 이용찬을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분류할 수 있다. 하위권에 처진 넥센도 후반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여전히 팀의 간판이자 리그 최고 유격수인 강정호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다. 최하위 한화에선 4할 수위 타자 꿈을 버리지 않은 리그 최고 타자 김태균이라 할 수 있다.
▲ 정글의 1군무대, 대체 불가능과 대체 가능의 외줄타기
대체 불가능한 선수는 바꿔 말하면 팀의 간판 선수다. 위에서 언급된 선수 중 그 팀의 간판 선수가 아닌 선수는 없다. 대체 불가능한 선수는 그만큼 많은 짐을 지고 경기에 나선다. 감독과 팬들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이는 그들에게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들도 사람이니 때론 부진하기도 하고 실수할 때도 있는데, 팬들은 이럴 땐 때론 따끔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의 숙명이다.
그래도 1군에 있는 백업 선수들, 혹은 1군과 2군을 오가는 수 많은 선수는 언젠가 1군의 간판 선수, 즉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그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 하는 경쟁에 몸을 내던지는 것이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지금의 대체 불가능한 선수들이 부지불식간에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렇듯 건전한 경쟁 속 강한 전력을 유지하는 팀은 항상 대체 불가능한 선수와 대체 가능한 선수들이 묘하게 외줄타기를 한다. 백수의 왕 호랑이와 사자 무리 속에서도 복잡 미묘한 관계가 있듯이 그게 바로 프로야구판 정글의 법칙이다.
[김상수(위)와 강민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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