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가 마침내 7년 만에 10승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그 순간, 통산 100승 투수에도 이름이 새겨졌다. 배영수는 26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한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11-2 대승을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1회말 첫 타자 오지환을 삼진 처리하고 통산 1000탈삼진을 잡은 것은 보너스였다.
그야말로 역경과 좌절을 딛고 얻어낸 위대한 결실이었다.
배영수는 2000년 삼성에 입단, 2001년 13승을 거두며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2002년 6승에 그쳤지만 2003년 다시 13승을 거뒀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2004년이었다. 비로소 하체를 쓸 줄 아는 투수로 거듭나며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갖고 리그를 지배했다. '충격의 10연패'를 자신의 손으로 끊은 뒤 17승을 거두는 동안 단 2패에 그치며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그 해 정규시즌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비공인 10이닝 노히트노런을 던지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2005년 11승, 2006년 8승을 거두며 승수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끝내 팔꿈치에 과부하가 찾아왔고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2007년 재활에 매진했던 그는 2008년 복귀했지만 9승 8패 평균자책점 4.55에 그치며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이듬해인 2009년, 배영수는 재기를 노렸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1승 12패 평균자책점 7.29란 참담한 성적표 뿐이었다.
인생 최대의 고비였다. 배영수는 "2009년에는 전력 피칭을 했는데도 128km가 나왔었다. 그때는 포기도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이민을 가려고도 했었다"는 말은 그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2010년 6승 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4로 기록은 여전히 평범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뿌리며 재기의 신호탄을 터뜨리는가 싶더니 지난 해에는 6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5.42에 그쳐 그의 재기는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올해 마침내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2005년 이후 7년 만에 10승 투수에 이름을 올렸고 평균자책점도 3.11로 2점대 진입도 노려볼 만한 입장이 됐다.
역시 해답은 직구에 있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작년에는 직구가 140km 초반이었는데 올해는 140km 중반을 던진다. 평균 스피드는 작년에 137~8km 정도였지만 4~5km 빨라졌다"며 배영수가 부활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직구 볼끝이 살아난 것을 꼽았다.
타자 출신인 류 감독은 "변화구를 아무리 잘 던져도 직구가 빠르지 않으면 겁이 안 난다. 직구 볼끝이 좋으면 타자가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 나온다. 변화구는 몸이 빠진 상태에서 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봐도 인간승리 같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배영수는 이제 기나긴 터널을 빠져 나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6일 경기 후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의 삼성 팬들은 배영수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영원한 에이스'의 존재감은 영원했다.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배영수가 경기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