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언제부터 선발 교체를 100구만에 했어요?”
삼성 류중일 감독이 24일 잠실 LG전에 앞서 궁금한 듯 기자들에게 물어봤다. 콕 찍어 언제부터 100구가 선발투수 교체시점의 기준 중 하나가 된 것인지 시원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 확실히 많은 야구인에게 “선발투수들이 나약해졌다”는 말을 하는 걸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 감독들, 100구에 맞춰 교체하는 건 아니다
감독들에게 선발투수의 교체시점을 잡는 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교체 사인 하나로 경기 결과는 물론이고 해당 투수들과 불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감독들에 따라 분명히 일정한 기준은 있다. 일전에 KIA 선동열 감독은 투수의 구위가 떨어지는 걸 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류 감독도 “투구수가 아니라 볼끝을 본다”며 “직구의 경우 높게 뜰 때, 변화구가 땅에 일찍 떨어질 때 바꾸는 시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둘다 손의 악력이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듯 모든 감독이 투구수를 기준으로 선발투수를 교체하는 건 아니다. “몇 개의 공으로 몇 이닝까지 던지겠다”를 예측하고 구원 투수들을 준비시킬 순 있어도 모든 감독이 실제 선발 투수가 투구수 100개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꾸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100구가 넘어가면 선발투수의 구위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류 감독은 “그건 투수에 따라 다르다”라고 잘라 말했다. 선 감독도 투수의 투구 밸런스가 좋을 경우 120, 130구가 넘어가도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 경기당 100구 선발투수가 많지 않은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상위클래스 투수들의 평균 투구수를 보면 경기당 100구를 넘어가는 투수가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2011년 경기당 가장 많은 공을 던진 투수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의 107.5구였다. 100구를 넘긴 투수는 겨우 7명이었고, 이들 중 평균 6이닝 이상,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찍은 투수는 5명이었다. 2010년엔 113.4구의 한화 류현진을 비롯해 100구를 넘긴 투수는 7명이었고, 이들 중 평균 6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6명,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찍은 투수는 5명이었다. 참고로 2010년과 2011년 10승 투수는 13명과 14명으로 결코 적지 않았다.
현대 야구가 점점 순위 싸움이 심해지고, 불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불펜을 조기 가동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매번 그렇게 마운드를 운용할 순 없다. 시즌 막판엔 몰라도 투수들에게 부하가 생긴다”고 했다. 여전히 감독들은 선발투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공, 많은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국내 대부분 구단이 용병 에이스들에게 많은 기대를 거는 건 이유가 있다. 올 시즌 경기당 100구 이상 투수는 니퍼트(105.3구), 롯데 쉐인 유먼(101구), 넥센 브랜든 나이트(100.7구) 등 용병 에이스 3명이다.
선발투수가 많은 공으로 이닝을 길게 끌면 그만큼 감독들도 경기운영이 쉽다. 선발투수가 조기에 교체되는 건, 어느 팀이든 골치 아픈 승부를 펼치게 된다는 방증이다. 감독들이 선발투수들에게 100구 이상을 무작정 던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긴 이닝을 끌고 가는 위력이 있는 선발투수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옳다.
▲ 선발투수들, 기본을 찾자
왜 요즘 선발 투수들은 긴 이닝, 많은 공을 던지는 능력이 떨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선발 투수들의 기본 자세를 강조했다. 한 야구인은 “요즘 선발투수들은 100구만 던지면 벤치를 쳐다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선발 투수들의 책임감이 예전보다 떨어졌고 정신적으로 나약해졌다는 분석이다.
SBS ESPN 윤석환 해설위원은 “기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요즘 투수들은 자꾸 변화구만 개발하려고 한다. 하지만, 투수에게 기본은 직구”라며 “왼손 선발의 경우 바깥쪽에 걸치는 직구를 스트라이크와 볼로 구분해서 던질 줄 알면 10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에 따르면 국내 선발 투수들은 여전히 바깥쪽 컨트롤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했다. 바깥쪽으로 제구만 잘 해도 장타를 맞을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몸쪽 제구 연습보다 일단 바깥쪽 직구를 확실하게 제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위원은 “스프링캠프를 지켜보니까 캐치볼, 하프피칭을 충분히 하는 투수가 좋은 성적을 내더라”고 말했다. 요즘 대부분 선발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재미가 없고 지루한 캐치볼과 하프피칭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급하게 실전 피칭으로 넘어가면서 몸 만들기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윤 위원은 “빨리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언제부터 100구가 선발투수의 교체 기준으로 자리잡은 걸까. 선발투수들의 위력 감소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경기당 100구를 넘게 던지는 니퍼트(위), 유먼(가운데), 나이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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