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0승. ‘훌륭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100승이다. 숫자놀음으론, 100승 달성은 참 쉽다. 10년간 10승씩만 꼬박꼬박 올리면 100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간 10승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0년간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꼬박꼬박 10승을 챙기는 건 자신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착역이 보이는 올 시즌 10승 투수도 아직 8명뿐이다. 타선과 수비의 도움, 그리고 적절한 운이 필요하다. 투수 본인이 10승을 따낼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구위, 제구력, 경기운영능력을 갖추는 건 기본이다.
▲ 23인의 100승, 그들의 험난한 여정
삼성 배영수가 26일 잠실 LG전서 승리투수가 됐다. 배영수는 23번째로 100승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100승을 가장 먼저 달성한 투수는 넥센 김시진 감독이다. 삼성 소속이던 김 감독은 1987년 10월 3일 OB전서 186경기만에 역대 최초, 최소경기 100승 투수로 기록됐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1999년 6월 30일 대전 해태전서 27세 3개월 2일만에 역대 최연소로 100승을 따낸 투수로 기록됐다.
역대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은 투수는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의 210승이다. 송 코치는 유일하게 200승을 넘겼고, 그 다음이 정 코치의 161승이다. 이어 KIA 이강철 투수코치가 152승, KIA 선동열 감독이 146승, 올 시즌 은퇴를 선언한 전 SK 김원형이 134승으로 톱5를 형성하고 있다. 현역 최다승 투수는 넥센 김수경의 112승이다. 참고로 선 감독은 6년, 송 코치는 9년, 정 코치와 이 코치는 8년, 김수경은 10년만에 100승을 돌파했다.
그러나 15년만에 100승을 돌파한 김원형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에 100승을 돌파한 이대진은 17년, 박명환은 15년, 배영수는 13년이 걸렸다. 딱 100승을 거두고 은퇴한 이상목은 19년, 이상군 한화 운영팀장은 16년이 걸렸다. 그게 아니더라도 통산 다승 50걸을 살펴보면 성준 SK 투수코치(97승), 염종석(93승), 김정수(92승) 등 시대를 풍미했던 투수들 중에서는 끝내 100승을 돌파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유니폼을 벗은 이들도 많다.
▲ 점점 100승 투수 보기 어려워진다
위에서 언급한 100승의 조건을 모두 갖추는 건 정말 어렵다. 투수의 단골 부상 부위인 어깨와 팔꿈치가 멀쩡한 채로 10년간 1군에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른 투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선발로테이션에 들고,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승운이 따라야 하는 건, 천운이 따라줘야 한다. 23명만이 갖고 있는 훈장에는 나름의 이유가 숨어있다. 대부분 한번쯤 쓰러져 주저앉은 뒤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낸 대가로 100승이 따라왔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100승 투수를 보는 건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시즌까지 6년간 통산 89승을 따낸 한화 류현진은 사실 배영수에 앞서 100승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독한 타선, 수비 지원 미비로 94승에 머물러 있다.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에서 뛸 경우 100승 도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 외엔 당장 몇 년내에 100승에 도전할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현역 투수 중 류현진에 이어 롯데 장원준이 75승, 삼성 장원삼이 72승, KIA 윤석민이 68승, SK 송은범이 60승, SK 김광현이 59승, 삼성 윤성환이 52승을 기록 중이다. 이들이 100승을 채우려면 앞으로도 3시즌 이상 꾸준히 건강한 몸으로 선발로테이션을 지키며 10승 내외를 돌파해야 한다. 당장 100승을 예상하기엔 변수가 많다.
▲ 류현진 이후, 괴물 투수가 안 나온다
요즘 선발 투수가 1승을 따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타고투저가 투고타저로 돌아선 흐름인 건 확실하지만, 그래도 자세히 뜯어보면, 막상 특급 타자를 확실히 누를 수 있는 투수는 각 팀에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타자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좋아서 경기 중, 후반 역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선발승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특급 선발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매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는 투수는 분명히 튀어나오지만, 그들이 꾸준하게 활약하는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100승이란 건 꾸준함이 8할이다. 근래 특급 선발이라면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이 가장 최근이다. 그 이후엔 특급이라 할 수 있는 투수가 드물다. 심지어 류현진조차 올해 승리 앞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점점 100승을 바라볼 수 있는 재원의 씨가 마르고 있다. 더구나 위에서 언급한 류현진 등은 해외 진출 변수마저 있어 향후 더더욱 100승 클럽 가입 투수를 보기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다 100승 투수가 머지않아 팬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
[배영수(위), 류현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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