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수들은 좋아서 난리가 났어요.”
지난 27일 전화통화가 닿은 전 신세계 조동기 코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허허”하고 웃는 조 코치는 지난 4개월 반동안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전 신세계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역설적으로 자신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는데도 제자들의 표정이 밝아지니 덩달아 웃었다.
▲ 해외전지훈련은 못 했지만, 그녀들은 똘똘 뭉쳤다
하나금융그룹의 전 신세계 여자프로농구단 인수는 기정 사실화가 됐다. WKBL과 하나금융그룹의 세부사항 조율과 공식 발표만 남아있다. 사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최측근 중 한명이자 정치적인 영향력이 막강한 WKBL 신임 최경환 총재의 영향력이 컸다는 후문이다. 전 신세계 선수단도 이를 알고 있었고, 실제 조 코치는 어느정도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연맹에서 지원을 해줘서 태백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수가 거의 확실하다는 연락이 와서 전지훈련 계획이 스톱이 됐다.”
정말 가뭄의 단비 같았을 것이다. 4월 초 전 신세계의 해체 확정 이후 여자농구판에는 무수한 소문이 돌았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뒤 새로운 시즌 준비에만 몰두해도 시원치 않을 전 신세계 선수들은 여러모로 훈련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을 보여준 신세계의 숙소, 훈련 장소 지원으로 힘겹계 훈련했다. 현재 대부분 WKBL 구단들이 다녀왔거나 향후 계획 중인 해외전지훈련은 당연히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조동기 코치의 부담감이 막중했다. 이미 정인교 전 감독이 계약기간 만료 이후 팀을 떠난 상황. 게다가 김지윤, 허윤자, 강지숙 등 고참들은 이곳저곳 잔 부상이 많아 수술과 재활을 하느라 팀 훈련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고 한다. 조 코치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청운동(전 신세계 숙소)에서 운동했다. 기존 고참들과 손발을 맞춰보지 못한 게 걱정이지만, 성과는 있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러모로 훈련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전 신세계 선수들은 고참부터 신인들까지 죽을 힘을 다해 똘똘 뭉쳤다고 한다. 지난 8월 초순 차기 시즌 참가가 최종 확정된 뒤엔 두 시즌만의 포스트시즌 복귀를 위해 더더욱 훈련 의욕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 거취 불투명한 조동기 코치, 그래도 웃는다
현 시점에서 하나금융이 전 신세계 선수단을 인수해 2012-2013시즌에 참가한다는 것만 확실할뿐, 아직 연고지와 구단명, 코칭스텝 및 프런트 조각 등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 27일 최경환 총재는 자신의 취임식에서 하나금융그룹 측과 상의를 한 뒤 연고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에 그대로 남을 가능성은 많다고 볼 수 없다. 구단 이름 작명과 프런트 인선도 하나금융의 입장이 중요한 상황.
여기서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사람이 바로 조 코치다. 조 코치는 전 신세계와의 계약이 오는 9월까지 남아있다. 때문에 비시즌 전 신세계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팀이 하나금융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럴 경우 하나금융이 조 코치의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쉽사리 전망하기 힘든 부분이다. 선수단은 모두 데려가겠지만, 코칭스텝 조각은 엄연히 다른 부분이다. 일단 농구계에선 조 코치를 어떻게든 함께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전 신세계 선수단은 하나금융 인수와 리그 참여와는 별개로 앞으로도 꾸준히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선수들이 해야 할일은 그것뿐이다. 새로운 팀이 확정됐다는 기쁨도 잠시, 10월 초 개막하는 2012-2013시즌이 코앞인 만큼, 마냥 들뜰 수는 없다. 당장 28일부터 30일까지 일본 실업팀을 청운동으로 불러들여 연습 3연전을 갖는다.
조 코치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저야, 뭐 상황이 그렇게 됐네요. 아직 들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허허”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더니 “선수들이 정말 잘 됐어요. 좋아서 난리 났어요”라고 흐뭇해했다. 전 신세계 선수들과 조동기 코치의 혹독했던 봄과 여름이 이렇게 끝을 향해 간다. 다가오는 가을, 하나금융으로 새롭게 피어날 그들의 열정이 기다려진다.
[전 신세계 조동기 코치, 전 신세계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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