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강진 안경남 기자] 한국을 떠나 바르셀로나 향한지 1년 4개월, 백승호(15)는 바르셀로나 DNA를 가진 선수가 됐다.
백승호는 27일 전라남도 강진에 위치한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제7회 한국중등(U-15)축구연맹회장배 겸 전남도지사배 국제대회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참가했다. 2010년 4월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한 이후 처음 찾은 국내 무대다. 이날 백승호는 주장 완장을 차고 바르셀로나 카데테A(15-16세)를 이끌었다. 후반 5분에는 선제골을 넣어 팀의 2-0 승리를 주도했다.
서울 대동초등학교 출신의 백승호는 초등 주말리그서 18경기 동안 30골을 넣으며 축구 신동 소리를 들었다. 2010년에는 제22회 차범근 축구대상을 받기도 했다. 백승호가 바르셀로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2009년 12월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열린 대회다. 당시 한국 U-14 대표로 경기에 참가한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스카우트의 눈도장을 받았다.
2010년 4월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한 백승호는 164cm의 작은 키에도 화려한 드리블과 안정적인 볼 키핑 그리고 넓은 시야로 단숨에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의 중심이 됐다. 지난 시즌 백승호가 뛰었던 카데테B(15세)는 22승3무2패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백승호는 주전 미드필더로 11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백승호와 5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2016년까지 바르셀로나의 일원이 된 백승호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샤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스페인)를 키우낸 바르셀로나의 칸테라 시스템에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키는 여전히 또래 중 가장 작았지만 실력만큼은 단연 돋보였다. 2011년 유럽축구연맹(UEFA)서 “메시 이후 이런 재능을 보인 유소년 선수는 처음”이라는 극찬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는 가운데 강진에서 열린 중등 대회는 그런 백승호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전후반 35분씩 진행된 경기에서 백승호는 2경기를 뛰었다. 오전의 호주 U-15팀과의 경기에선 후반에 출전해 3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이어 오후에 벌어진 한국 U-15팀과의 경기에선 등번호 8번을 달고 선발로 출전해 약 53분을 뛰었다.
이날 백승호는 4-3-3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이니에스타의 자리였다. 사실 컨디션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말로만 들었던 환상적인 드리블도, 기막힌 패스도 나오지 않았다. 두 가지가 문제였다. 첫째는 무릎 부상이었고, 둘째는 오랜만에 팀에 합류한 탓이다. 백승호는 지난 6월 국내에 들어온 이후 약 2개월 만에 동료들과 발을 맞췄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백승호는 바르셀로나의 DNA를 가진 선수처럼 보였다. 무릎 부상에 완벽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 스타일로 경기의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문전에서 2~3명의 수비가 압박을 가해도 당황하지 않고 안정되게 볼을 동료에게 연결했다. 샤비, 이니에스타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백승호는 칸테라 시스템을 통해 점차 바르셀로나 DNA를 가진 선수로 발전했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에서 훈련한 2년 동안 패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만 한 것은 아니다. 교육과 축구를 병행했다. “낮에는 학교서 공부를 한다.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만 훈련을 한다”고 했다.
목표는 바르셀로나 선배 이니에스타다. 백승호는 “이니에스타처럼 되고 싶다”며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많이 뛰고 자신있게 해야 한다”며 보완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소년팀의 엔리케 감독은 “백승호는 다이나믹한 선수다. 그와 5년 계약을 맺은 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작은 이니에스타’ 백승호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백승호.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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