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선수 시절에도 바닥에서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의 한용덕 감독대행(47)은 지난 28일 갑작스런 한대화 감독의 퇴진으로 남은 시즌 지휘봉을 잡게 됐다. 한 대행은 팀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사령탑을 맡았지만, 오히려 "어차피 바닥이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 대행은 "나도 선수 시절 바닥에서 시작했다"며 "더 떨어질 데가 없다고 생각하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했다. 어렵게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굴곡 많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팀을 맡았기에 그는 "현역 시절 경기에 나설 때처럼 긴장이 살짝되면서도 기대되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행은 동아대 1학년이었던 1985년 1월 무릎 부상과 어려워진 가정 환경으로 야구를 포기하고 대학을 자퇴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온갖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8.5톤 트럭 운전수 보조, 테스트를 위해 가설된 전화기를 집집마다 돌며 수거하는 작업 등을 하기도 했고, 공사장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대행은 "나는 마당쇠 스타일이다. 노는게 싫어서 뭐든 했다"고 당시를 상기했다.
야구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던 한 대행은 군대를 다녀온 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고교 시절 은사였던 김영덕 감독의 추천을 받아 빙그레에 연습생인 배팅볼 투수로 입단할 수 있었다. 유격수 출신이었지만 좋은 어깨를 갖춘 그는 입단 후 2년이 지난 1990년 정식 선수로 승격됐고, 1990년 13승, 1991년 17승을 거두며 팀의 주축투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전성기를 누리던 중 1994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는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2004년까지 17시즌 동안 꾸준히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프로야구에 값진 기록들을 남겼다. 통산 120승을 올린 그는 총 481경기 2080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1341개, 완봉 16경기, 완투 60경기로 역대 통산 최다 승리 11위, 이닝 5위, 탈삼진 7위, 완봉 공동 7위, 완투 12위에 랭크돼 있다.
이후 한 대행은 2005년 구단 스카우터로 활동한 뒤 2006년부터 투수코치를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 1, 2군을 오가며 여러 보직을 전전하는 등 순탄치 않았다. 파란만장했던 인생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경험은 여러 사람들과 잘 융화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갖게 했다.
그는 "이번 일이 개인적으로는 큰 기회"라며 "평생 지휘봉을 잡아보지 못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그가 위기의 한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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