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日방문객 격감을 느낀다는 반면, 영향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아
지난 8월, 갑작스러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런던 올림픽 축구에서 동메달이 확정된 후, 박종우 선수의 '독도는 우리 땅' 세레머니를 일본이 문제 삼으며 한일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8.15 독도 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한 송일국 주연의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강력반' 등 2편, 2008년 독도 발언을 한 바 있는 여배우 구혜선의 주연 드라마 '절대 그이' 역시 일본인들의 반한감정을 이유로 일본 방영이 무기한 연기됐다.
또한, 최근 일본 TV와 뉴스 역시 연일 한국과의 독도 문제를 보도하며, 한류의 성지인 도쿄 신오쿠보를 찾아 부정적인 인터뷰 내용만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이에, 신오쿠보에 찾아가 어떤 분위기인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 독도문제? "큰 영향 없다"
평일 오후 3시 30분, 점심시간을 살짝 넘어선 시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인피니트, 동방신기 등 케이팝 스타의 노래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또, 무더운 날씨에도 길거리에선 뜨거운 호떡을 '후~후~'하고 불며 맛있게 먹고 있는 일본 사람들, 한류 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관련 상품을 둘러보며 즐거워하는 일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신오쿠보 역 개찰구 바로 옆에 위치한 매점에 독도문제로 방문객이 줄었는지 물었다. 이에 "그렇게 눈에 띌 정도는 아닌 거 같다. 저번주도 그랬지만, 주말만 되면 수많은 인파로 개찰구 주변은 발 디딜 틈도 없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던데..."라고 답했다.
주변에서 한류 스타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여직원 역시 "특별히 독도 문제로 손님이 줄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거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또한, 신오쿠보를 매일같이 순찰하고 있다는 일본 경찰관은 "(독도문제) 이전과 별다를 바 없다. 보다시피 아직까지 한류붐으로, 한류 상품을 파는 곳이면 늘 붐빈다"며 웃음 지어 보였다.
한국 음식점에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20대 한국 여성은 "딱히 그런 문제 때문에 오지 않는 건 아닌 거 같다. 작년, 신오쿠보가 워낙 부흥했고 이제 서서히 거품이 빠지는 것뿐이지, 굳이 독도 때문에 방문객이 격감하고 있진 않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반대로 독도 문제를 계기로 한류의 성지 신오쿠보 방문객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을 나타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 독도문제, 한류에 타격이 있다는 목소리도
호객 행위를 하던 한국 식당 종업원은 "최근 (손님이) 줄긴 줄었다. 독도 문제가 터지기 전과 비교해 30% 정도 손님이 줄었다고 생각되고, 주말 역시 신오쿠보를 거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독도 문제로 일본인들의 반감을 샀다고 안타까워했다.
매달 한번씩은 꼭 사이타마 현에서 신오쿠보에 들린다는 40대 일본 주부는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에 통감한다고 했다.
"매달, 평일, 같은 시간에 들리는 한국 식당이 있다. 그곳에는 항상 많은 손님들로 붐벼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사람이 적어 줄도 서지 않았을뿐더러 가게의 절반 정도밖에 손님이 차지 않았다. 독도문제 이후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어든거 같다"고 말했다.
이 주부는 기자에게 "장근석과 한국요리를 좋아해 한국에 가려 하는데, 지금 가면 괜찮을까요?"하고 물으며, 한국 여행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일본의 한 편의점 직원 역시 "독도문제가 터진 뒤, 바로 방문객이 줄어드는 영향은 없었지만 이번주 월요일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한류를 따라 신오쿠보에 처음 방문한다는 일본인들도 더러 보였다.
◆ "첫 신오쿠보 방문, 너무 즐거워요"
가나가와 현 요코하마에서 왔다는 2명의 여대생은 신오쿠보 방문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부터 TV에서 신오쿠보 풍경을 보고, 한번 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한류 스타는 없지만, 미용 팩과 한국 화장품 등을 보면서 쇼핑했다. 독도문제는 뉴스를 통해 접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 여기 와보니 그냥 모든 것이 즐겁고 재밌다. 호떡도 아주 맛있다"며 들떠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엔도르핀이 돌고 있었다.
군마 현에서 1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신오쿠보에 처음으로 방문했다는 50대 주부도 있었다. 이 주부 역시 "호떡이 맛있다. 오늘 한국 마스크 팩, 미용품 등을 많이 샀는데, 다음엔 딸과 함께 다시 올 것"이라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
◆ 한일관계 악화가 한류 거리에 미친 여파, 우려보단 적었다
독도문제로 반한감정을 품어 신오쿠보를 방문하는 일본인이 격감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고 밝힌 이들도 적지 않았다. 본래부터 한류의 거품이 빠지던 와중이었기 때문에 한일 관계 악화가 한류 붐 쇠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언론 보도도 제각기다. 신오쿠보를 취재한 일본 언론은 입맛에 따라 한류 위기론, 한류 끄떡 없다 등의 각기 다른 논조의 기사를 싣고 있다.
바꿔 말하면, 약간의 유동인구 감소가 있어도, 그게 한일 관계 악화 때문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그 여파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신오쿠보에 올 정도의 한류팬들은 굳건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8월, 일본 대표 여성잡지 '여성세븐'이 한류팬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반 수가 "독도 문제 등으로 한국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독도 문제를 계기로 한류팬을 그만두겠다"고 답한 이는 약 10%에 그쳤다.
지난 5일, 아사히 신문은 케이팝 붐의 쇠퇴를 지적하면서도 "케이팝 시장이 견조하고, 열성팬도 많아 급격하게 케이팝이 쇠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한류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말이다.
다만, 한류 드라마 방송 연기, 독도, 한일관계를 둘러싼 한국 비판 뉴스, 극우보수단체의 횡포와 민폐 시위가 잇따르고 있고, 케이팝 스타들의 방송출연도 점점 조심스러워지는 실정이라, 비한류팬의 한류로의 유입은 이전보터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석준 기자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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