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과연 누가 한국 마운드를 이끌어줄까.
제3회 WBC가 일본의 참가 확정으로 본격적인 닻이 올랐다. 총 28개국 중 16개국이 오는 11월 지역예선에 돌입하며,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은 내년 3월 1차 예선에 올라있다. 한국도 50명의 예비엔트리를 WBC 주최 측에 보냈고, 최종 28인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에도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엔트리는 결국 감독의 의중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가 끝난 뒤에서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KBO 기술위원회는 고심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야구인들 사이에선 지난 1,2회 대회와는 달리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들린다. 실제 1,2회 때와는 달리 마운드를 이끌어줄 투수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최근 몇 년간의 프로야구 트렌드, 마운드의 현실과도 직결된 문제다.
▲ 자원은 있는데 중심축은 누가?
한국엔 WBC에 참가해도 될 정도의 기량을 갖고 있는 투수는 많다. 하지만, 확실하게 마운드를 이끌어줄 투수를 찾긴 쉽지 않다. 1회 대회 땐 경험 많은 해외파들이 총출동해 확실하게 마운드를 지탱했다. 특히 박찬호와 구대성의 역할이 컸다. 2회 대회 땐 당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한화 류현진, SK 김광현 LG 봉중근을 비롯해 국민노예로 뜬 삼성 정현욱 , KIA 윤석민, 삼성 오승환, 야쿠르트 임창용 등이 철저하게 분업을 했다. 1회 대회에 비해서 특정 투수 의존도는 낮았으나 류현진과 봉중근, 정현욱 등의 비중이 높았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국제대회는 결국 임기응변에 능한 경력자들과 강심장이 각광받게 돼 있다. 투수가 13명이 뽑힌다고 해도 모든 투수의 역할이 13분의 1이 아닌 이유다. 투구수와 연투 제한이 적용되더라도 언제 투입해도 좋을 전천후 투수와 확실한 에이스의 역할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올 시즌 유독 한국 투수들 중 확실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면서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검증된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6일 대전 롯데전서 7승을 따낸 자타공인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이 최근 페이스를 올리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또 다른 확실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평균자책점 3.00의 윤석민은 올 시즌 7승을 따내고 있지만, 4관왕에 올랐던 지난해만큼의 위력은 아니다. 그의 뒤를 따라 두산 이용찬, 노경은이 활약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국제대회 경험이 적어 최종 중용될 것인지는 코칭스태프의 의중이 중요하게 됐다.
류현진과 함께 왼손 투수로 활약하는 투수들 중에서도 현 시점에서 중심축 역할을 해줄 선수는 쉽게 떠올리기가 어렵다. 14승을 따낸 다승 선두 삼성 장원삼은 최근 페이스가 썩 좋지 않고, 뒤늦게 시즌에 뛰어든 김광현도 7승 평균자책점 3.36을 따냈지만 예년의 위력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나마 1,2회 대회 모두 참가했던 봉중근이 마무리로서 20세이브를 따내며 보직 변경에 성공했다는 게 위안거리다. 불펜 쪽을 보면 2회 마무리로 맹활약한 임창용의 참가가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오승환이 구위를 회복한 게 든든하다.
▲ 한국야구 현주소 파악 할 수 있다
올 시즌엔 1998년 용병제 도입 이후 최초로 용병타자가 없다. 야구의 매커니즘 상 타자보다 투수가 팀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수준급 용병투수들이 주요 보직에 자리할 만큼 국내 투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좋은 성적을 올린 토종 에이스들들이 올 시즌 대부분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리고 2006년 류현진 이후 리그를 주름잡는 괴물 신인투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팀 에이스들이 확실하게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용병들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실정이다.
국제대회는 장기전 같은 단기전이고 마운드의 중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투수들 중 다승 10걸에 장원삼 배영수(삼성) 이용찬, 최다 이닝 10걸에 김선우(두산) 윤희상(SK) 이용찬만 있다는 건 걱정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평균자책점 10걸에 토종 투수가 6명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만큼 1경기를 지배할 토종 투수가 적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3회 WBC에서 1,2회 대회에 비해 강한 마운드를 꾸릴 수 있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1,2회 대회 때도 마운드의 비중이 높았던 한국으로선 내년 3회 대회서 전 세계의 쟁쟁한 타자들을 상대로 마운드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가 받을 전망이다. 한국의 운명도 결국 그에 따라갈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순 없다. 4강 혹은 준우승 재현 전망이 마냥 장밋빛이 아닌 이유다.
[잠실구장(위),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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