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이병헌, "일상적인 캐릭터에 목말랐다"(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이병헌에게는 언제부턴가 '액션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최근 그의 필모그래피만을 본다면 '액션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과거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나 '중독' '그해 여름' 등 잔잔한 멜로 속 이병헌을 생각한다면 그 수식어는 조금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이병헌 역시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부터 액션배우였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내 작품을 보기 시작한 세대라면 가능한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일상적인 캐릭터에 목말라 있더라고요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 속 이병헌은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 광해의 모습부터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천민 하선의 역까지 다양한 모습을 통해 압도적인 연기력을 드러냈다. 두 명의 이병헌 모두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악마를 보았다' 등에서 보여준 이병헌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달콤한 인생'이나 '놈놈놈'은 현실속 인물이 아니잖아요. 남자들의 로망, 혹은 남자들의 판타지 속 살고 있는 캐릭터들이죠. 현실과는 동떨어진, 완벽하고 이상적인 모습이잖아요. 과거 '번지점프를 하다'나 '중독'같은 역할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이잖아요. 옆집 형 같은 그런 느낌, 소위 말해 '찌질이'같은 캐릭터요. 이번에 '광해'를 찍으면서 느낀건데 '정말 많이 하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션배우의 이미지에 대해 이병헌은 "대중들은 극중 역할로 배우의 이미지를 규정 짓는 것 같다.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형상화시켜 대중들을 젖어들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 첫 사극? 안해본 장르가 더 많아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보고 느낀 것은 '이토록 사극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왜 지금까지 안했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병헌은 광해, 또 하선에 잘 녹아들었다. 중저음의 보이스와 특유의 카리스마는 극중 캐릭터들의 매력을 배가 시켰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지금까지 사극을 하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졌다.

"사극에 대한 선입견이 있거나 거부감이 있거나 그런 것은 없었어요. 어쩌다보니 사극을 안했던것 뿐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직 안해본 장르들이 더 많아요. 사람들은 20년 넘게 연기를 했으니까 다 해봤을것이라 생각해요. 호러나 전쟁영화, SF 등 안해본 것들이 아직은 더 많답니다."

이병헌은 '광해:왕이 된 남자'에서 사극 뿐만 아니라 광해와 하선, 1인 2역을 소화했다. 모두 첫 도전이었다. 데뷔 20년차가 넘은 배우에게 던지는 질문으로는 조금 어색했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통 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를 하게 되죠. 한 캐릭터를 형상화 시키고 그 인물에 가까이 다가가고 점 더 젖어 들기 위해 몇 달 동안 그 인물로 살고 행동해요.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한 끝에 광해가 역사적으로 이중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어요. 폭군의 이미지가 강한 나쁜 왕이지만 재조명되면서 그 인물이 이뤄낸 외교적, 정치적 업적들, 백성의 목숨을 귀하게 생각하는 것들. 진짜 광해는 영화 속 광해와 하선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인터뷰③에 계속

[이병헌.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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