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자들에게 무사 만루란 어떤 의미일까.
야구에서 만루만큼 확실한 득점 찬스도 없다. 특히 아웃카운트가 하나도 없고 주자는 가장 많은 무사 만루라면 어떻게든 점수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두산전과 잠실에서 열린 LG-KIA전서는 공교롭게도 연장전서 무사 만루 찬스가 조성됐다. 삼성과 LG가 기회를 잡았으나 모두 득점에 실패했다. 물론 LG는 승리했기에 웃었지만, 삼성은 무사 만루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 의외로 점수 뽑기가 쉽지 않다?
정확한 통계를 알 수는 없지만, 현장에선 무사 만루 찬스에서 의외로 득점이 쉽지 않다는 말을 한다. 보통 무사 만루 찬스가 조성됐다면 그 직전 연속안타나 볼넷, 실책 등이 뒤섞여 수비 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만루 상황은 말 그대로 누상에 주자가 가득 차 있으니 수비 팀에는 포스 아웃 상황이다. 인플레이 도중 굳이 주자를 기다리거나 다가가서 태그를 할 필요가 없으니 재빨리 아웃처리를 할 수 있다. 수비하는 입장에선 모든 루에 포스 아웃 상황이 조성되는 건 나쁘지 않다. 집중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예전 한 야구인은 “만루에선 오히려 타자가 부담스럽다. 특히 무사 만루라는 황금 찬스에선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때문에 만루 찬스 조성 이후 타석에 들어서는 첫 타자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1점 뽑기도 쉽지 않다는 말을 한다. 그 타자가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할 경우 후속 타자는 더욱 부담을 갖기 쉽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적시타를 치면 대량득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아웃되면 오히려 1점 뽑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사 만루에서 내야 땅볼이 나오기라도 하면 병살타 가능성도 있고, 야수들은 일단 포스 아웃의 이점을 활용해 홈 송구로 실점을 막아낼 가능성이 있다. 결국 무사 만루에서 첫 타자가 아웃되면 후속 타자들은 되도록 외야로 타구를 보내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 마련이다.
8일 삼성과 LG가 그랬다. 삼성은 8일 대구 두산전서 2-2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 황금찬스를 맞이했다. 그러나 박석민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더니 최형우가 3루 파울 플라이, 진갑용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삼진으로 물러났다. LG도 8일 잠실 KIA전서 4-4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정성훈이 3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때렸고, 후속 이병규도 2루 플라이로 물러났다.
▲ 부담 이겨내면 히어로 된다
반대로 만루의 부담을 이겨내는 타자는 보통 그 팀의 히어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사 만루에서 적시타가 나오면 대량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유난히 찬스를 즐기는 타자가 있기 마련인데, 아웃카운트 3개의 여유가 있는 무사 만루라면 오히려 부담을 덜고 타석에 들어설 수도 있다. 무사 만루는 아니었지만, 병살타 하나면 공수가 교대되는 1사 만루 찬스에서 부담을 덜어낸 두산 타자들이 예시가 될 수 있다. 두산은 8일 대구 삼성전 연장 12회 1사 만루에서 4점을 뽑았다.
당시 타석에 들어선 이원석은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났지만, 사실 꽤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이날 홈런을 친 터라 타석에서 한결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이후 대타로 출전한 최주환은 2사 만루 상황에서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모습을 보인 끝에 결승 밀어내기 볼넷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최주환은 경기 후 “안타든 볼넷이든 적극적으로 투수를 상대하려고 했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만루의 부담을 덜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진 게 좋은 결과를 낸 원동력이었다.
흔히 야구를 멘탈 게임이라 한다. 만루를 맞이한 투수와 타자 모두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갖는다. 기술적인 면 외에도 누가 더 좋은 마인드를 갖느냐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만루 찬스를 놓치는 팀이 경기가 꼬이고 만루 위기를 넘기는 팀이 흐름을 잡는, 이른바 찬스 뒤 위기, 위기 뒤 찬스도 알고 보면 부담감, 멘탈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무사 만루 찬스를 놓친 뒤에도 결국 승리를 거머쥔 LG와 만루에서 타점을 올린 최주환의 경기 후 코멘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주환(위), 이원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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