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가을에도 야구하자'
롯데는 2000년 매직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드림리그 3위 삼성이 승률에서 앞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고 1승 2패로 밀리며 일찌감치 가을 잔치에서 퇴장했다.
그러나 롯데가 이후 7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 기간은 롯데 역사상 최대 '암흑기'였다.
결국 롯데 팬들은 '가을야구'를 염원하지 않을 수 없었고 끝내 외야석에는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플랜카드가 걸리기 시작했다.
롯데는 2008년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고 초반 돌풍과 중반 고비를 넘어 정규시즌 3위에 올라서 그토록 염원하던 가을야구를 현실화시켰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철퇴한 롯데는 2009년 4위에 오르며 2년 연속 가을야구를 실현했지만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하고도 3연패를 당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2010년 최강의 공격력을 뽐내며 4위로 가을잔치 티켓을 따낸 롯데는 창단 첫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기염을 토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리턴 매치'를 벌인 롯데는 잠실에서 2연승을 거두고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이후 3연패로 '역스윕'을 당해 눈물을 삼켜야 했다.
결국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양승호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맞이했다. LG 시절 잠시 감독대행을 한 것이 전부인 양 감독에 대한 우려는 컸고 롯데는 2011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며 힘을 잃는 듯 했다. 그러나 불꽃 같은 여름을 보낸 롯데는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SK와 혈전을 벌였지만 2승 3패로 한국시리즈 무대엔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엔 위기에 휩싸였다. 2010년 타격 7관왕을 차지한 4번타자 이대호가 일본 무대에 진출했고 지난 해 15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군에 입대했기 때문.
그러나 오히려 이것은 선수들을 한데 묶는 촉매제가 됐다.
시즌 초 조성환은 "우리는 겨울 내내 (이대호와 장원준의 공백을) 인지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면서 "공백을 아예 못 느끼게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두발 더 뛰어야 한다"고 그들의 공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만큼 선수들이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얘기.
그리고 그가 덧붙인 말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분명 공백 얘기가 나올 것이다. 최대한 안 나오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롯데는 10일 현재 60승 48패 5무(승률 .556)로 2위에 올라 있다. 이제 가을야구에 익숙해진 롯데는 양승호 감독 체제도 무르익으면서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5위 KIA와는 7.5경기차로 앞서 있어 안정권에 접어 들었다고 보면 된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던 롯데 팬들의 외침은 이제 '한때'의 추억이 된 것이다.
상위권으로 입지를 다진 롯데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은 물론이다. 롯데는 이제 한국시리즈란 최후의 무대를 꿈꾼다.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했던 1992년이 마지막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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