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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슈퍼주니어 편에는 저급하고 유치한 돈 자랑이 넘쳐났다.
슈퍼주니어 시원을 앉혀두고, 다른 멤버들이 시원의 재력을 대신 자랑하고, MC들은 거기에 장단을 맞추며 시원을 '대단한 분'이라며 추앙하고 쩔쩔매는 모습은 한 편의 촌극에 가까웠다. 게스트도 아닌 제국의아이들 박형식까지 끌어들여 시원과의 재력을 비교했고, MC 유세윤은 "시원이 '라디오스타' DJ였다면, 양념치킨만 샀을까? 그 이상의 것을 샀을까?"란 질문까지 던졌다.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을 내건 프로그램이지만, 결코 고품격이지 않은 게 매력이다. 돈 이야기는 물론이고, 평소 다른 토크쇼에서는 언급되기 꺼려지는 적나라한 이야기들도 게스트들과 MC들이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게 '라디오스타'란 공간의 특수성이다.
그런데 유독 이번 슈퍼주니어 편의 돈 자랑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건, 사실 MC들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균형은 김구라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라디오스타'가 몇 차례 MC들이 바뀌었음에도 특유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프로그램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구라가 굳건했기 때문이다. '독설가'란 콘셉트의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서 게스트를 향해 어떤 민감한 이야기도 질문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게스트들 역시 김구라의 캐릭터를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라디오스타'에선 독설 가득한 질문과 답변이 거리낌 없이 오갈 수 있었다. 김구라를 제외한 다른 MC들도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있어 '라디오스타'가 자극적인 분위기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남은 MC들은 김구라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워가며 '라디오스타'의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결실도 있어서 대다수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라디오스타'는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의 위치를 지켰다. 그렇지만 결국 지난 슈퍼주니어 편에서 그 아슬아슬했던 균형이 무너져버렸다.
김구라의 하차 이후 누군가는 게스트를 향해 독한 질문을 하고 능글맞은 질문도 해야 하는데, 김구라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한 규현은 이 같은 모습과 다소 어울리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김구라의 옆이라면 규현의 어설픈 독설은 오히려 어설퍼서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었지만, 규현 혼자서 김구라의 역할을 떠맡기에는 그동안 규현의 캐릭터가 독설 혹은 속물적인 근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시원의 재력이 언급되던 장면에선 균형을 잡아줘야 할 다른 MC들 김국진, 윤종신, 유세윤까지 온통 시원의 돈 이야기에 매달리고 시원 떠받들기에 여념이 없다 보니 남는 건 돈 자랑뿐인 불편한 장면만 연출돼 버렸던 것이다.
단지 슈퍼주니어 편에서만 불거진 MC들 간의 호흡 실수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김구라 없는 '라디오스타'의 한계, 또 일어날 수 있는 '라디오스타'의 문제점을 예견한 순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때마침 김구라가 사과와 반성의 시간을 가진 뒤 방송 활동 재개를 알렸다. 그리고 '라디오스타'에게 김구라의 존재가 절실해 보이는 시점이 찾아왔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슈퍼주니어 편의 MC 윤종신, 김국진, 유세윤, 규현(위)-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 전 김구라.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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