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인배의 두근두근 시네마]
그래도 본 시리즈의 전설은 계속된다.
CIA의 트레드스톤과는 달리 아웃컴 요원들은 국방부에 의해 훈련되고 발전되어 왔다. 그들은 고립된 채 위험성이 크고 장기적인 기밀 임무수행에 적합하도록 훈련받아 모든 능력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는 극비리에 진행 중인 아웃컴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받은 최정예 요원으로 제이슨 본(맷 데이먼)을 능가하는 전투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제이슨 본에 의해 CIA의 트레드스톤의 실체가 폭로되고 이로 인해 트레드스톤을 포함한 블랙 브라이어, 아웃컴 프로그램까지 보안을 보장할 수 없게 되자 프로그램의 수장인 에릭 바이어(애드워드 노튼)는 각국의 모든 1급 요원들은 물론, 아웃컴 프로그램에 참여한 과학자들까지 제거해 모든 증거를 없애려 한다.
모든 증거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이 실행되면서 약물을 통해 고통을 억제하고 가장 강인한 체력의 슈퍼솔져를 만드는 프로그램인 아웃컴의 마지막 생존자가 된 애론 크로스는 살해위기에 처한 과학자 마르타(레이첼 와이즈)를 구하게 되고 거대한 음모의 표적이 된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도주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반격을 시작한다.
미국의 인기 작가 로버트 러들럼의 책을 원작으로 완성된 영화 '본 시리즈'는 탄탄한 서사 구조와 리얼한 액션으로 전 세계에서 1조 700억 원을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2002년 '본 아이덴티티', 2004년 '본 슈프리머시', 2007년 '본 얼티메이텀', 세 편의 이야기에서 '본 시리즈'는 기억을 잃은 前 CIA 요원 제이슨 본이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을 둘러싼 음모의 실체를 알아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2년, 네 번째 이야기인 '본 레거시'는 레거시(Legacy)가 '과거의 유산'을 의미하는 만큼 제이슨 본이 한 일이나 행동(유산)이 스토리 라인에 적용되어 '본 시리즈'의 전설을 이어간다.
세 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한 '본 얼티메이텀'과 동시간 대에 펼쳐지는 이 영화엔 제이슨 본이 등장하지 않고 산장에서 애론이 침대 모서리에 새겨진 제이슨 본의 이름을 발견하는 장면과 애론이 파일을 보는 장면에서 제이슨 본의 사진이 잠깐 나올 뿐이다.
다만 CIA 산하 '트레드스톤'의 특수임무를 수행하다 기억을 잃게 된 제이슨 본이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기 위해 프로그램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그 파장은 미국 정부의 다른 극비 프로그램에까지 미친다는 내용이 스토리 라인에 적용될 뿐이다.
알래스카로 생존훈련을 떠난 에론 크로스가 설산으로 둘러싸인 차가운 호수에 뛰어드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본 래거시'는 가장 뛰어난 요원인 그가 제이슨 본처럼 국가에 배신당하고 제거 대상이 되어 도주하는 과정까지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한 애론의 상황과 아웃컴의 수장인 에릭 바이어의 냉혹한 제거 작전이 교차편집 되면서 급템포로 전개된다.
특히 아웃컴 실험대상 5번인 애론이 과학자 마르타와 함께 필리핀의 마닐라로 이동하면서 숨막히게 전개되는 추격 장면은 논스톱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찾기로 고뇌에 가득찬 제이슨 본을 기대하면 실망 할 수 있다.
물론 국가를 위해 스스로를 헌신하기로 결심한 애론 크로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째서 아웃컴 요원이 되었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을 제거하려는 국가 조직에 대한 더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전투에 능한 인간병기로 캐릭터가 단순화된 것이 아쉽다.
'본 시리즈' 전편의 각본을 도맡았던 토니 길로이가 각본에 이어 연출까지 맡은 '본 레거시' 에 등장하는 모든 기술들은 실제로 개발 중이거나 미국 정보요원들 사회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훌륭한 군인을 양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연구 기관인 DARPA(국방 첨단과학기술 연구소)와 정보고등연구계획청(IARPA)의 문서를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본 시리즈'에는 '뉴욕 스펙터클 카액션', '모로코 탠지어 추격 액션', '런던 워털루역 리얼 액션' 등 촬영 장소의 이름을 딴 액션 명장면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본 레거시'의 명장면은 대역도 없이 직접 고난도 오토바이 묘기를 소화해 낸 제레미 레너의 액션이 각인된 마닐라에서의 화려한 오토바이 추격전을 꼽을 수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집들과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 그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빨래들과 어둡고 좁은 골목길, 맛있는 요리 냄새와 도시의 악취가 함께 뒤섞여 있는 산 안드레의 이색적인 풍광속에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추적 장면과 두 건물 사이의 좁은 틈을 미끄러지는 고공 낙하 액션은 물론, 자동차 추격전에 이어 펼쳐지는 오토바이 추격전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하지만 냉철함과 복종심이 강화됐다는 새 프로그램의 암살자 등장은 '터미네이터'를 연상시켜 묵직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가벼운 액션영화로 추락하는 원인이 된다.
캐나다 캘거리 로키 산맥 서쪽에 있는 카나나스키스 컨츄리의 설원과 뉴욕, 런던을 비롯하여 서울의 강남역 일대와 필리핀의 마닐라까지 첩보영화로서 국제적인 로케이션을 부각시켜주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또한 2009년 무명의 배우였던 제레미 레너는 영화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얼굴을 알렸고, 이듬해인 2010년 벤 애플렉의 영화 '타운'을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자신의 연기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그 이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어벤져스'와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에 연달아 얼굴을 내밀면서 제레미 레너는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액션 스타로 자리 잡았다.
'본 시리즈'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낙점된 제레미 레너는 액션과 드라마를 함께 소화할 수 있는 출중한 배우로 부각되었지만 제 2의 맷 데이먼을 기대한다면 실망이다. 그는 지능적이면서도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제이슨 본이 아니라 신체 능력이 뛰어난 애론 크로스이기 때문이다.
'본 시리즈'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각본을 맡아, 헐리우드 최고의 각본가로 손 꼽히던 토니 길로이는 2007년, 조지 클루니와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은 범죄 스릴러 '마이클 클레이튼'을 통해 감독 데뷔에 성공했다.
토니 길로이가 감독과 각본을 모두 도맡아 진행한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은 아카데미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토니 길로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과 최우수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2009년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이 출연한 '더블 스파이' 역시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다.
그런 만큼 토니 길로이 감독의 '본 레거시'에 기대를 건 관객들은 실망이 크겠지만 그래도 본시리즈의 전설은 계속된다.
시종일관 심장박동을 울리는 논스톱 액션 영화로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주는 두근두근 '본 시리즈'이다.
<고인배 영화평론가 paulgo@paran.com>
[영화 '본 레거시' 스틸컷. 사진 = UPI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