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포수가 자주 제스처를 해줘야 돼요.”
포수.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기본적으로 투수와 사인을 주고 받으며 볼배합을 결정한다. 여기에 블로킹도 해야 하고 벤치의 수비 사인까지 전달해야 한다. 도루하는 주자들도 견제해야 한다. 홈으로 파고드는 주자를 온 몸으로 감당해야 하고 야수들의 중계 플레이 때 1,3루 백업도 해야 한다. 게다가 타격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머리도 좋아야 하고 힘도 좋아야 한다. 아마도 잔부상 없는 포수는 1명도 없을 것이다. 포수는 고달프다.
▲ 포수, 무릎 땅에 대고 공 던지는 습관 버려라
포수가 가장 많이 의사소통을 하는 대상은 투수다. 야구란 기본적으로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타자가 타격을 하지 않는 한 포수는 투수의 투구를 받고, 일어나서 그 공을 다시 던져준다. 포수는 무거운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보통 1경기에 2~300번 이상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그래서인지 알게 모르게 포수는 투수의 투구를 받은 뒤 때로는 완전히 일어나지 않고 무릎을 땅에 댄 채 팔의 힘만으로 공을 던지기도 한다. 신체는 자신이 당장 편한대로 하려는 본능이 있다.
10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넥센 김시진 감독은 이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포수는 되도록 정식으로 일어서서 투수에게 볼을 던져줘야 한다”라고 했다. 왜 그럴까. “그게 포수 본인에게 좋다”라고 했다. 완전히 일어나서 투수에게 공을 던지면 온몸의 힘이 분산된 가운데 안정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지만, 무릎을 땅에 댄 채 서 있는 투수에게 공을 던지면 결국 다리에 가해질 부하가 팔과 어깨에 더 많이 간다는 설명이다. “팔꿈치, 어깨에 불필요한 부하가 실리면 스로잉에 문제가 생기고, 2루 도루 저지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 김 감독은 포수 자신의 건강을 위해 투수에게 볼을 받은 뒤 꼭 일어서서 다시 던져줄 것을 주문했다.
▲ 포수, 투수의 안정감을 위해서 자주 일어서라
이런 이유도 있다. “투수에게 안정감을 준다.” 무슨 말일까. 김 감독은 “배터리가 경기 전 비디오 분석을 통해 볼배합을 어느 정도 맞춰놓고 나오지만, 막상 그렇게 해도 투수가 난타당할 때가 있다”고 했다. 야구는 정답이 없다. 경기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주변환경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인데, 베터리의 경기 전 데이터 계산대로 타자들이 물러나라는 법은 없다. 이럴 경우 투수가 흔들릴 수 있다. 김 감독은 그럴 때 포수가 자주 일어서서 투수에게 안정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구심이 자신의 뒷주머니에 있는 공이 다 떨어져서 볼보이에게 볼을 새롭게 요구할 때 경기가 순간적으로 지체된다. 이때 포수가 정식으로 일어서서 구심에게 공을 받은 뒤 투수에게 천천히 공을 던져주면 투수가 숨을 고를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도 갑자기 일어나서 한 템포를 쉬어간 뒤 천천히 공을 던져줘도 된다고 했다. 빠른 경기진행엔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한번쯤은 그래도 된다는 뜻. 흔히 타자가 투수의 리듬을 뺏고 자신의 타격 리듬을 좋게 하려고 한번씩 타석에서 갑자기 벗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투수가 흔들리는데 계속 같은 템포로 공을 포구한 뒤 다시 던져주면 투수가 진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포수, 제스처 더 적극적으로 해라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은 투수의 입장에서 볼 때 포수가 꼭 일어서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움직여주면 좋다고 했다.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하는 것도 타자의 리듬을 끊고 흔들리는 투수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좋은 방법인데, 한 경기에서 포수가 투수에게 4번 방문하면 자동으로 그 투수를 바꿔야 한다. 투수코치도 어차피 한 이닝에 2번 방문하면 자동으로 그 투수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포수가 투수가 예상치 않게 흔들릴 때 투수의 마인드를 잘 다잡아줘야 한다.
김 감독은 “꼭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앉아서 양 손을 바닥으로 내리는 시늉을 하면 제구력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들에겐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공을 받아주는 것도 좋다”라고 했다. 이어 “포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되도록 투수와 눈을 자주 맞춰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 보통 투수가 바운드 볼을 던질 땐 포수가 블로킹을 위해서 마스크를 벗는데, 이때 포수가 투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는 너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라는 의미다.
김 감독은 포수 출신이 아니라 투수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포수의 디테일한 특성과 역할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인의 선수시절 경험과 오랜 투수 지도 경험으로 볼 때 포수가 적극적으로 일어나서 볼을 던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투수를 격려할 때 투수가 안정된 투구를 한다고 믿는다.
포수가 가정의 모든 걸 책임지는 안방마님이라 불리는 이유는, 상대 타자 연구뿐 아니라 동료 투수 개개인의 심리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게 바로 투수 출신 김시진 감독의 포수학개론이다.
[투수와 함께하는 포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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