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전한 평행선이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WBC 감독 선임을 두고 KBO와 현장 감독들이 여전히 팽팽한 대립 중이다. 다가올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사령탑이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원칙이지만, 그것도 확실한 구속력을 지닌 합의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선 여전히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2~3월에 감독이 소속팀을 비우고 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 현장 감독들, 스프링캠프 공백이 부담스럽다
2009년 2회 WBC 이후 치러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당시 KIA 조범현 감독이 맡았었다. KBO는 이때 정해진 원칙을 내년 WBC에서도 적용하려고 한다. KBO도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과 대표팀 감독 전임제의 장, 단점을 모두 잘 알고 있다. 다만, 전임 감독제를 실시할 경우 국제경기가 없는 기나긴 정규시즌 중 지급해야 하는 봉급 등 예산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있고, 현장 감각이 떨어진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선 여전히 내심 재야의 덕망있는 야구인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1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아무래도 현직 감독들은 부담스럽다. 외부에서 감독을 맡아주시면 각 팀이 코치들을 지원할 수는 있어도 어느 팀이든 스프링캠프 기간에 감독이 차출되는 건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현장-구단의 파워게임에서 구단이 주도권을 쥐는 양상이다. 현장 감독으로선 대표팀 감독으로 뽑혔다는 영광, 그리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나서 일단 자기 소속팀부터 건사하고 볼 일이다. 감독도 어떻게 보면 구단의 피고용인이다. 한해 농사가 걸린 스프링캠프 지휘 포기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구단들도 은근히 자기 팀 감독이 WBC에 가지 않길 바란다.
▲ KBO는 일단 원칙 고수, 하지만 KS 종료 기다리면 WBC 준비 늦다
류 감독에 따르면, 전반기 종료 이후 KBO 구본능 총재가 8개구단 감독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일단 이번만큼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WBC 감독을 맡으십시다”라고 말만 한 게 전부라고 했다. 구 총재와 8개구단 감독들의 구속력있는 합의는 아니었으니 대부분 현장 감독은 은근히 KBO가 재고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여전히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WBC 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한편으론 현직 감독 배제로 급선회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이웃나라 일본도 2회 대회까진 현직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으나 이번 3회 대회 땐 12개 구단 감독이 아닌 재야에 있는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현직 감독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한다.
올 시즌 초반 류 감독과 KIA 선동열 감독은 “WBC 감독은 1,2회 대회를 잘 이끌었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 맡으셔도 될 것 같다”라고 한 적이 있다. 류 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도 여전히 내심 김 위원장이 WBC 지휘봉을 잡길 바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도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조범현 전 KIA 감독 등 재야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을만한 후보군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여론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무조건 대표팀을 맡는 것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전임감독이 한국시리즈 직전 일찌감치 선임돼 체계적으로 대표팀을 꾸리고 대회를 철저하게 준비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11월 아시아시리즈까지 치른 뒤 대표팀 업무에 뛰어든다면, WBC 준비는 다른 나라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키는 KBO로 넘어갔다.
[김인식 위원장-김성근 감독(위), 2회 WBC 대표팀 귀국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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