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13일 잠실구장. 12일 잠실 SK전을 치른 LG가 9회말 2사 후 대타로 투수 신동훈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 파장이 일었다. 0-3으로 뒤졌으나 2사 주자 2루, 대주자 양영동을 투입하며 추격의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김기태 감독이 갑작스럽게 투수 신동훈의 1군 데뷔전을 타자로서 치르게 했고, 대기타석의 정의윤마저 덕아웃에 불러들인 것을 야구계에선 미스터리라고 봤다.
1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감독실에서 김기태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렸다가 다시 죽이는 것 같았다. LG의 감독, 총책임자로서 LG와 LG팬들을 기만하는 것 같았다. LG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었다.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봤다. 그런 걸 안 보여주면 바보다”라고 입을 열었다.
당시 SK의 투수교체는 사실 납득이 갔다. 8회 1사까지 막은 윤희상 다음으로 박희수가 9회 1사까지 1이닝, 이재영과 정우람이 1타자씩을 맡으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정우람은 당시 2루주자, 그리고 타자와 대기타석의 타자까지 3명이 있기 때문에 3점 앞선 상황에서 세이브 요건이 충족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희수가 8회까지 공 7개를 던졌다면 9회를 끝까지 던져서 세이브를 하거나, 정우람이 9회 처음부터 나와서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즉, 김 감독은 박희수가 대타 최동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좌타자 이진영을 상대로 박희수를 그대로 밀고 가거나, 아니면 마무리 정우람을 그때라도 투입해야 정상적인 투수교체로 본 것이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왼손투수 박희수가 이진영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겠나, 아니면 오른손투수 이재영이 이진영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겠나”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올 시즌 이재영은 42경기서 6승 3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 중이다. 56경기서 7승 1패 6세이브 26홀드, 평균자책점 1.39를 기록 중인 박희수, 47경기서 2승 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 중인 정우람보단 확실히 비중이 낮다. 김 감독의 생각으론 비록 우완 이재영이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11로 우타자 상대 0.342보다 낮기 때문에 좌타자 이진영을 겨냥해 마운드에 올랐다고 이해한다고 쳐도, 통상적으론 좌완 박희수와 정우람만으로 경기를 마무리 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팀을 죽였다가 다시 살렸다가 다시 죽이는 꼴”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절대 순간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말린 것도 이런 파장이 올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고, 나도 이런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가 얼마나 LG를 쉽게 보면 그렇게 했겠냐”라고 했고, 이후 “물론 더 열심히 해서 뒤집는 게 상대에게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때론 이런 식으로 SK에 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우린 9회 첫 타자로 대타 최동수를 냈고, 정성훈이 이재영에게 2루타를 친 뒤에도 2루 대주자 양영동을 투입할 정도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저히 이런 투수교체는 아니었다. 이렇게 돼서 LG 팬들에겐 정말 죄송하다. 막내 동훈이도 타자로 1군 데뷔를 했는데 미안하게 됐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래도 후회 안 한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선수들에게도 말을 해줬다. ‘상대가 우릴 기만한 걸 잊어선 안 된다. 이러니까 우리가 더 야구를 잘 해야 한다’라고 말해줬다. 앞으로 LG가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라며 SK는 물론, LG 선수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임을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김 감독은 박희수-정우람 사이에 좌타자 이진영을 상대로 좌투수 박희수를 밀고 간 게 아니라 우완 이재영을 투입한 걸 기분나쁘게 받아들였다. 이어 “예전에도 SK에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은 건 아니었다”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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