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발로 나갈 수 있을까요?”
삼성 차우찬은 2010년과 2011년 주축 선발투수로 맹활약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22경기서 4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6.17로 부진하다. 1선발로 4월 7일 개막전인 대구 LG전에 등판했지만, 이병규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4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에도 4월 내내 결정적인 홈런포를 맞고 무너지면서 2군에 내려갔다. 5월 말 1군에 돌아왔으나 류중일 감독은 팀 선발진이 좋기 때문에 부진한 차우찬을 선발로테이션에서 제외했고, 8월 한 차례 더 1군에서 제외된 뒤 우여곡절 끝에 9월 확대엔트리 때 1군에 돌아와서 구위 테스트를 받고 있다.
▲ 투구폼 변경, 독 됐다
차우찬은 2010년과 2011년에 연이어 10승을 달성하면서 국내 정상급 왼손 선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류현진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제구와 구위 모든 면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차우찬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 16일 대구 롯데전이 우천 취소된 뒤 만난 그는 “스프링캠프 때 투구폼 변화를 결심했다. 내가 먼저 투수코치님에게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차우찬은 지난해까지 내딛는 발을 오픈 스텐스로 딛으면서 공을 던졌다. 그러나 공에 좀 더 힘을 싣고 싶어서 크로스 스텐스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상체의 균형이 흔들리면서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볼 끝도 떨어지고, 제구력도 나빠졌다. 타자 입장에서 치기 좋은 볼이 연이어 형성됐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홈런을 맞아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처음엔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도 차우찬의 변화 시도를 기특하게 여겼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자 다시 예전의 오픈 스텐스로 돌아왔다. 왼손투수가 공을 던진 뒤 디딤발과 상체가 3루 쪽으로 자연스럽게 향할 경우 오른손타자 몸쪽으로 대각선을 그리며 꽂히는 공의 위력이 배가될 수 있다. 기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투구폼 회귀였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그의 투구 내용을 “시즌 초반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홈런 트라우마, 이제는 극복했다
투구폼 변화가 실패로 돌아가자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차우찬은 2010년엔 단 5개의 피홈런만을 기록할 정도로 실투가 적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유독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꾸 홈런을 얻어맞자 자신감마저 떨어졌다. 차우찬은 “개막전서 병규형에게 홈런을 맞았을 땐 너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야심 차게 시도한 변화가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 당연하다.
2군에서 치유가 필요했다. 투구폼을 회귀하면서 심리적인 안정도 되찾았다. 1군에 돌아온 뒤에도 종종 홈런을 맞으며 현재 10개의 피홈런을 기록 중이다. 그는“이젠 괜찮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소 10년동안 야구를 더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부진은 내 야구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이어 “이젠 홈런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볼넷이 좋지 않다. 볼넷-볼넷-홈런이 가장 좋지 않지만, 경기 상황이 부담이 없거나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홈런보다 볼넷이 더 좋지 않다”며 “제구력을 다잡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투구폼 회귀도 마쳤고, 심리적인 안정도 찾은 차우찬은 9월 4경기서 모두 구원 등판해 홈런 1개로 1실점을 했으나 평균자책점은 1.80으로 좋다.
▲ 선발 기회 주어질까요? 가을잔치를 기다리는 차우찬
차우찬은 “이제 몸이 만들어졌다는 말을 하기에도 민망하다. 벌써 시즌이 끝나가고 있지 않나”라고 스스로 자책했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해도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계속 부진하면서 팬들에게 뭐라 말을 꺼내기도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이젠 정말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중간 계투로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2년간 정상급 선발 대접을 받은 차우찬은 선발 복귀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쉽게 말을 꺼내진 못했다. 올 시즌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그저 “경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등판하니까 부담도 없고 타자들을 파악하기도 좋다”라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래도 삼성은 차우찬을 여전히 포기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맹활약도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 장원삼과 함께 삼성 좌완 선발진의 주축을 이뤄야 한다는 기대치가 있다. 그 역시 사람인지라 기대가 없을 수 없다. “선발로 기회를 잡으려면 지금 불펜에서 더 잘 던져야 한다”라면서도 “제가 선발로 나갈 수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때마침 류중일 감독도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거나 비로 로테이션이 헝클어지면 차우찬이 선발로 나갈 수도 있다”라고 희망을 안겨줬다. 유난히도 힘겨웠던 차우찬의 2012년, 그의 가을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차우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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