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마치 스플릿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는 K-리그의 판도를 보는 느낌이다.
삼성이 2위 SK에 5.5게임차로 앞서며 사실상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은 데 이어 2~4위를 차지할 팀들도 굳어졌다. 2~4위 팀들은 각자의 자리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이들이 가을잔치에 나간다는 사실만큼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상위 4팀과 하위 4팀이 결정된 가운데 SK-롯데-두산의 2위 다툼 못지않게 5위 경쟁과 탈꼴찌 싸움도 정규시즌 막바지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5위 넥센과 6위 KIA는 0.5게임차로 초박빙이고, 8위 한화는 한용덕 대행체제 이후 무서운 페이스로 7위 LG를 추격하며 어느새 2.5게임차까지 따라왔다.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간 마당에 순위보다는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유망주를 기용하다 패해서 순위가 밀려난다고 해도 나쁜 일만은 아니다. 드래프트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선수를 뽑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에게 있어 성적은 자존심이다. 한 계단이라도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쳐야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 1등이 기억되는 만큼 꼴찌 기록도 영원히 남는다. 그런 점에서 하위 4팀도 그 무엇보다 승리를 원할 수 밖에 없다.
한 팀씩 살펴봐도 반드시 5위 혹은 7위로 시즌을 마쳐야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김시진 감독의 계약 해지로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있는 넥센은 마지막까지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야만 한다. 5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구단 역대 최고성적을 올린다는 의미도 된다. 히어로즈는 창단 이후 5위 이상의 성적으로 시즌을 끝낸 적이 없다. 6위 경험도 2009년 한 차례 뿐이다.
KIA는 상처받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만 한다. 시즌 전 삼성을 견제할 가장 유력한 대항마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KIA는 LCK포의 이탈과 함께 몰락하고 말았다. 9월 초까지만 해도 4강행 희망을 이어갔으나 이제는 넥센에도 뒤진 6위다. 더 내려갈 곳은 없어 보이지만 지난해 가을야구를 했던 KIA에게 6위로 시즌을 끝내는 것은 치욕스러울 수 있다.
LG의 속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즌을 앞두고 FA 이택근, 조인성, 송신영이 팀을 떠났고, 지난해 13승으로 에이스 역할을 했던 박현준도 잃었다. 하지만 최약체라는 전망 속에서도 김기태 감독을 중심으로 뭉친 LG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 그 힘은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시즌의 절반을 가량을 중상위권에서 보낸 LG에게도 꼴찌는 어색하다.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가장 절박한 것은 한화다. 05~07년에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던 기억은 잊혀진지 오래다. 올해까지 꼴찌에 머무른다면 김인식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9년부터 4년간 3차례나 최하위의 수모를 겪게 된다. 올해는 시즌을 앞두고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더욱 밑바닥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이들 가운데 넥센과 KIA는 오는 22일부터 목동에서 2연전을 갖는다. 넥센도 KIA도 5위를 위해서는 남은 경기들 중 이 2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넥센과 KIA(위)-LG와 한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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