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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이 한바탕 한국사회를 휩쓸고 갔다.
16부작으로 편성, 지난 7월부터 약 2개월간 방영된 ‘응답’은 1990년대 후반 아이돌 그룹에 얽힌 한국 사회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투영하면서 당시를 겪었던 30대들에게는 “나도 그랬지”라는 공감대를, 또 10대 20대들에게는 “지금과 다를게 없구나”라는 문화쇼크를 겪게 했다.
이런 ‘응답’의 인기에 비춰 해당 작품이 탄생하는데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을 제기하면 다수는 “그게 무슨 소리?”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종편이 출범하지 않았다면 ‘응답’ 같은 케이블 드라마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1년 12월 TV조선, 채널A, JTBC, MBN의 4개 종편이 출범하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은 무한경쟁 시대를 맞게 된다. 뉴스부터 드라마까지 방송할 수 있는 종편사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킬러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게 된다. 그 중심은 당연히 대작 드라마의 편성.
이는 1991년 출범한 SBS가 당시 ‘모래시계’라는 킬러 콘텐츠로 채널 인지도를 얻게 됐다. 이 전략은 MBN을 제외한 종편 3사에 그대로 적용됐다. 외주제작사를 통한 킬러 콘텐츠 수급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종편은 아니지만 최대 케이블 채널사로 군림했던 CJ E&M에게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종편 4사는 케이블 PP로 편성돼 CJ E&M 계열 채널은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종편 채널과 경쟁을 하게 된 것.
이에 CJ E&M은 종편이 출범시기를 놓고 우왕좌왕 하던 시기에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게 된다. KBS에서 이명한, 신원호, 김석현, 유학찬 PD같은 지상파 출신 제작자들을 영입한다. 뿐만 아니라 연출, 촬영, 편성 등 타 케이블 제작사에서도 제작인력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였다.
실제로 ‘코빅’에는 지상파 3사 출신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올림픽’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승승장구 했다.
CJ E&M의 야망은 자신있던 예능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 제작까지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2012년 CJ E&M이 종편을 견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해 드라마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막돼먹은 영애씨’와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같은 콘텐츠 외에도 대작 드라마를 수급한다는게 방송가의 소문이었다. 그 결과는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1997’로 대표됐다. 지상파의 그것에 못지 않은 막강한 문화적 파급력을 확산하면서 인기리에 종영됐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 ‘제3병원’ 같은 대형 드라마도 수급했다. 아침 드라마를 비롯해 주중 미니시리즈, 그리고 주말 드라마까지, tvN의 경우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제외한 지상파의 그것과 동일한 편성을 보여주고 있다.
종편을 견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콘텐츠 생산에 나선 CJ E&M이 그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외주 제작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내부 PD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의 수급이 그 효과를 내고 있다.
반대로 종편의 경우 출범 초기와 다르게 힘을 내고 있지 못하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수 많은 프로그램이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되는 안타까운 사태를 맛보기도 했다.
일부 종편 관계자들 입에서는 “시청률 부진이 심각할 정도다. 시청률이 안나오면 광고비 단가가 절감되고, 바로 프로그램 제작비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종편출범 당시 이직했던 한 관계자는 제작비 문제로 수 차례 프로그램이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방송가 내부의 사정과는 다르게 종편의 출범은 한국 케이블 시장의 질적향상을 부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다.
[응답하라 1997(위) 이명한-신원호 PD. 사진 = tvN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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