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1992년, 우디 앨런은 오랜시간 아무도 모르게 숨겨왔던 금기된 사랑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영화 감독으로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상대가 바로 당시 연인관계였던 미아 패로우의 한국계 양녀 순이 프레빈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질타를 받던 커플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우디 앨런 부부의 이야기가 오는 7일 개봉하는 '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통해 공개된다.
10여년을 함께 한 영화 파트너이자 연인 미아 패로우의 양녀와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폭로된 충격적인 스캔들 이후 우디 앨런은 도덕성을 의심받으며 언론과 대중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흔들렸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그는 5년 뒤 순이 프레빈과 이탈리아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려 그녀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었음을 입증했다. 미국의 유명잡지 베너티 페어를 통해 우디 앨런은 "순이 프레빈과 결혼하게 만든 1992년 스캔들이 내 생애 최고의 행운 중 하나"라고 말해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다큐멘터리 '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에는 미아 패로우에게 순이 프레빈과의 관계가 발각되는 순간부터 영화 '부부 일기'(1992)로 미아 패로우와의 10여년 관계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 과정을 가감없이 담았다.
중년부부의 권태를 다룬 영화 '부부 일기'는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우가 직접 부부로 열연했다. 촬영 당시 미아 패로우는 우디 앨런의 집에서 순이 프레빈의 누드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는 격분했다. 하지만 프로배우인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누르며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부부일기'를 마지막으로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우는 완전히 결별했다. 당시 세 남녀의 스캔들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 줄거리와 영화 속 캐릭터를 실존인물인 양 인터뷰하는 장면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니 이 작품은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우의 리얼한 이별일기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는 실제와는 다른 결론을 맺는다는 점이다. 순이 프레빈과 결혼에 골인한 실제 삶과 달리 영화 속에서 우디 앨런이 연기한 중년남성 게이브는 빠져있던 어린 여학생과의 사랑이 금방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자신의 작품 안에서 스스로를 논란의 중심에 위치시킨 우디 앨런의 담대함이 없었더라면 '부부 일기'는 평범한 부부의 위기를 다룬 이야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우디 앨런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비난과 야유를 받은 폭풍의 순간 1992년은 돌이켜보면 그에게 평생을 같이 할 동반자와 평생에 길이 남을 작품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가장 의미가 깊은 해가 됐을듯 싶다.
[순이 프레빈(왼)과 우디 앨런. 사진=키노아이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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