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사실상 가을잔치 참가가 좌절된 KIA는 선발진이 탄탄했다. 하지만 탄탄한 것은 선발뿐이었다. 선발이 잘 던진 경기에서도 타선이 터지지 않고 불펜이 경기를 매끄럽게 매조지하지 못해 패한 경기가 부지기수였다.
선발투수들은 호투하고도 승리가 날아가는 불운을 자주 겪었다. 대표적인 예로 서재응은 지난 4경기에서 30이닝을 던지며 상대 타선에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했으나 단 2승에 그쳤다. 승리를 거두지 못한 두 경기 모두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KIA에서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것은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11승)뿐이다. 후반기 최고의 선발진이라는 평을 듣는 KIA지만 앤서니 외에는 10승 투수가 없다. 헨리 소사(7승)는 시즌 중반에 합류했고, 서재응(8승)과 김진우(9승)는 후반기에 접어들어서야 페이스에 불이 붙었다. 에이스 윤석민(9승)도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기복이 심한 편이다.
반대로 10패를 떠안은 투수도 앤서니(12패)밖에 없다. 30경기에 등판(선발 26회)한 앤서니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 혹은 패배를 가져갔다. 선발 등판 시 평균 6이닝 이상의 긴 이닝을 가져갔기에 승부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마운드에 남아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투수들도 양호한 이닝 소화력을 보여줬지만, 승패 없는 경기(이하 ND:No Decision)가 많았다. 선발투수가 경기 후반까지 버티고도 ND가 많은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승리 요건을 갖추고도 불펜이 허약해 승리를 지키지 못한 경우, 다른 하나는 패배 위기에서 팀이 동점을 만들어 투수를 구해내는 것이다. 올해 KIA는 전자에 속한 경기를 많이 했다. 팀이 뒤진 상황에서 선발이 물러나면 대부분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26일 경기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윤석민과 배영수(삼성)의 선발 등판 횟수와 이닝 수는 비슷하다. 하지만 승패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27경기(선발 23회)에 등판한 윤석민은 148이닝을 던지고 9승 7패를 기록하고 있다. 배영수는 비슷하게 25경기(선발 24회)에서 152이닝을 책임지며 11승 8패다. 평균자책점에서 2.98인 윤석민이 3.38인 배영수에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타선과 불펜의 부진이 윤석민을 10승 투수로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김진우와 장원삼(삼성)을 비교하면 더욱 심각하다. 22경기(선발 21회) 123⅔이닝, 평균자책점 3.13인 김진우가 9승 5패인 반면, 25경기(선발 23회) 142이닝에서 평균자책점 3.61을 올리고 있는 장원삼은 15승(1구원승) 6패다. 두 투수가 소화한 이닝 수는 경기 수에 비례해 비슷한 편이지만, 승패 기록은 차이가 크다.
김진우에 비해 평균자책점이 0.5점 가량 많은 장원삼의 15승 가운데 구원승 1승을 빼도 김진우보다 승률이 높다. 김진우는 21번의 선발 등판에서 ND 경기가 7회, 장원삼은 23차례의 선발 경기에서 ND 경기가 단 3번에 불과하다.
단적으로 봤을 때, KIA 투수들은 좋은 투구를 하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 ND 경기들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워할 선수는 선발투수들이다. 어쩌면 KIA는 시즌이 끝나고 4명이 10승을 따내고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는 진기록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윤석민(위)-김진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