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과 똑같다.”
야구는 반복의 연속이다.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복잡하면서도 익히기 어려운 스포츠다. 체격이 좋아도 기술이 없인 살아남을 수 없다. 각 팀 선수들은 1년 133경기를 치르면서 매일 똑같은 훈련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올 시즌 국내야구는 실책과 본헤드플레이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있어 하향평준화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일전에 삼성 류중일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응시하면서 “매일 훈련하는 거 똑같다. 일본하고 미국이라고 다를 거 같나.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매일 경기 전 똑같이 치고 받고 던지는 훈련을 한다”라고 웃었다. 이어 “심지어 시간까지 매일 똑같다. 몇시 집합, 몇시부터 몇시까지 수비훈련, 타격훈련, 미팅까지”라고 덧붙였다.
▲ 다람쥐 쳇바퀴를 돌듯 하는 야구선수의 일과
평일 경기를 가정해보자. 홈팀이 통상 2시 30분 정도부터 훈련에 들어간다.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조를 나뉘어 타격훈련에 돌입한다. 주전들이 A조, 비주전들이 B조다. 타격훈련을 하지 않는 야수들은 펑고를 받는 훈련을 한다. 여기에 간혹 야수들이 그라운드에 넓게 퍼져 콜 플레이와 백업 플레이를 연습한다.
그 사이 그라운드 외야엔 투수들이 무리를 지어 러닝을 한다. 투수들은 이후 덕아웃 바로 앞에서 코치가 쳐주는 펑고를 받는다. 수비와 견제 연습을 하는 것이다. 대략 이런 훈련 매뉴얼을 소화하고 나면 오후 4시가 좀 넘는다. 그런 다음엔 홈팀이 원정팀의 연습을 위해 그라운드를 비워주고 덕아웃으로 들어간다. 덕아웃에 들어가서 파트별 미팅, 식사, 휴식 등이 이뤄진다. 원정팀이 4시 30분부터 오후 6시 정도까지 똑 같은 순서대로 훈련을 한다.
류중일 감독은 26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스프링캠프도 똑같다. 아침 일찍 모여서 식사를 하고 버스에 모여 연습경기장으로 출발하는 시간이 똑같다. 경기장에 도착하면 일정한 순서대로 똑 같은 훈련을 50일간 반복한다”라고 했다. 주로 1차 스프링캠프에선 연습경기보다 자체 훈련이 많다. 강도높은 체력훈련과 세밀한 수비훈련, 한 시즌을 소화하기 위한 타격 폼 및 피칭 폼의 교정도 이때 이뤄진다. 그것도 매일 똑같은 선수들, 똑 같은 코치들이 부대낀다. 류 감독은 “주변에 즐길거리도 없다. 매일 보는 남자들을 또 본다”라고 웃었다.
▲ 인성이 곧 절제력, 일탈을 막아라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프로야구 선수단 대부분은 혈기왕성한 20대 중, 후반, 30대 초반이다. 류 감독은 “50일동안 똑 같은 훈련을 똑 같은 사람들하고 같이 한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지루하겠나. 술도 먹고 싶고 가족들도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야구 선수단은 대부대다. 각종 사회적인 물의를 빚을 위험이 다른 스포츠보다 훨씬 높다. 류 감독은 “그런 걸 잘 견뎌내는 게 프로 선수다. 야구 선수는 인성도 좋아야 한다. 인성이 곧 절제력이다”라고 했다.
이어 류 감독은 “2차 훈련을 위해 스프링캠프 장소를 옮기면 한국에서 기자들이 많이 온다. 선수들도 그때 기자들을 반가워한다”라고 웃었다. 분위기도 바뀌고, 새로운 사람을 보면서 힘을 낸다는 것이다. 133경기라는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도 분명 지루한 시기가 온다. 류 감독은 “서로 힘들어서 예민해지는 시기가 온다. 나는 선수들에게 ‘손해를 보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때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동료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또 하나. 류 감독은 “프런트가 그래서 고생한다. 1년내내 선수단 뒷바라지를 한다. 특히 매니저가 가장 힘들다. 예를 들어 6~70명 선수들이 매일 세번씩 식사를 해야 하는데 각기 다른 입맛을 맞추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프런트들의 노고를 높게 평가했다.
야구란 반복 훈련의 연속이다. 그 지루함을 이겨내야 개개인의 기술이 향상된다. 선수들은 서로 힘들고 지친 통료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강력한 팀 조직력을 만들어 나간다. 매일 똑같이 하는 훈련을 버텨내지 못하는 선수는 프로야구 판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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