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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혹여 독살이라도 당할까 매 순간이 예민해진, 그래서 광폭해진 조선의 왕 광해와 이렇게 살다 죽으면 그만, 그러나 권력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과 같은 천민을 보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하선.
너무나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한 것은 단 한 사람. 바로 배우 이병헌이었다. 추석연휴 기간동안 500만을 돌파하게 되는 화제의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은 그의 연기 인생 중 최초로 사극에 그리고 1인2역에 도전했다.
영화를 보면 광해의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하선이라는 인물의 변화폭이 크기에 결국 이병헌은 천민에서 왕이라는 극과 극의 인물을 연기해내야 했다. 이병헌은 실제로도 공식 석상에서 여러차례 이번 연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비주얼적으로도 서로 다른 느낌을 자아내야했던 두 인물의 연기에 있어 이병헌은 분장의 도움을 어느 정도는 받지 않았을까.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분장을 담당한 조태희 실장은 "광해와 하선 두 인물의 메이크업에서 가장 큰 차이는 눈썹"이라고 밝혔다.
조 실장은 "1인2역이기에 어떤 차이를 둘지 고민을 많이 했었고 감독님, 배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결과적으로는 흉터 등 눈에 띄는 큰 차이는 두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고 무엇보다 이병헌 씨 본인이 '연기'로 차이를 표현하겠다는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이에 조 실장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알듯말듯한 차이만을 뒀다. 바로 눈썹. "광해의 눈썹은 위를 향해 살짝 올라가있고 하선은 평범한 느낌이다. 눈썹 외에도 수염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광해는 직선으로 뻗은 느낌인 반면, 하선은 웨이브가 많이 들어가있다."
이외에도 조 실장은 "피부 표현에 있어서도 광해가 좀 더 밝고 눈매에도 라인을 넣었다. 하선의 피부는 살짝 어두운 느낌을 줬다"고도 말했다.
알고 보아야 비로소 포착할 수 있는 미묘한 차이였음에도 분장팀은 느낌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었다.
또 조태희 실장은 "화제가 된 매화틀 신에서는 왕의 느낌을 더 크게 주려고 노력했다. 의상과 비녀도 꽤 갖춰입은 느낌을 준다. 이 때의 하선은 광해보다 더 광해같은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장면의 유머러스함이 살기 위해서는 더욱 왕 다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조태희 실장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더 공개했다. 바로 광해가 단장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의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내관의 손이 바로 조태희 실장 본인의 손이라는 것이다.
"단장을 하는 모습에 있어 더욱 디테일하게 가기 위해 내가 직접 내관의 옷을 입고 그 장면을 찍었다." 결국 조태희 실장은 손연기까지 한 셈이다. 그는 "나오는 분량보다 더 많이 찍었는데 길어지다보니 편집이 많이 된 것 같다"라며 배우로서 편집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조태희 분장실장은 드라마 '명성왕후', '태양인 이제마', '장희빈'을 비롯,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최종병기 활' 등의 분장팀원을 거쳐 최근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메인으로 참여했다. 사극 분장을 전문적으로 해오고 있다.
[하선 이병헌(왼)과 광해 이병헌. 사진=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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