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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배우 김지영에게 영화 '터치'(감독 민병훈)는 곧 도전이었다. '터치'의 김지영은 종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스크린이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고고한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4일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을 분주히 준비하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김지영을 만났다.
가장 어려운 장면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대한 답은 '눈물'이었다. 수원이라는 여자의 삶을 대신 살면서 먹먹한 마음에 여러차례 눈물을 쏟아냈다고 했다. 그러니 수원이 되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측은지심이 그녀에게는 가장 괴롭고도 힘들었던 과제였다.
"감독님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풀려가고 서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대본 연습도 몇 번을 하고, 그렇게 수원이라는 인물을 구축해갔죠. 연극처럼 연습하면서 합을 맞춰보기도 했어요. 현장에 갔을 때는 의문이 든 순간은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동의가 됐던 부분들을 현장에서 뱉어내기만 했었어요. 그러나 수원이 처한 극한 상황이 한 인간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웠죠. 연기하다 몇 번씩 울었어요. 눈물이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신 적도 많았고, 스스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참은 적도 많았어요. 어쩌면 진짜 수원에게 눈물은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 김지영으로서는 그녀를 향한 측은지심을 막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김지영에게 '터치'가 도전일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정사신에 도전했던 점 때문이다. 정사신에 대해 묻자 김지영은 민병훈 감독이 굳이 처음에는 없었던 이 신을 넣어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설득당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베드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 장면은 사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감독님은 수원과 동식(유준상)이 많은 갈등을 겪고 있음에도 부부라는 점을 분명하게 느껴야 하는 장면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죠. 다시 말해 인간의 본능적인 위안을 서로를 통해 느끼는 장면, 그러면서 화도 내는 아주 복합적인 장면을 찍으려고 만든 신이었어요."
'터치'는 절망을 말하면서 희망의 존재를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김지영은 "너무나 힘든 삶을 살지만 뭔가를 나눌 서로가 있다는 것, 용서받을 일말의 여지가 있다는 것, 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용서를 받을 기회가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희망이 될 것 같아요. 너무나 힘들어서 자기 자신조차도 내버리고 싶은 그런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그래도 내가 이 끈을 놓치지 않으면 누군가의 어루만짐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에요"라며 "그러나 그 전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희망 전에 용서라는 단어를 거쳐야한다는 점이에요. 용서와 관심. 그래서 제목이 '터치'인 것 같아요"라고 영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작품하면서 이런 경험을 죽기 전에 다시 할 수 있을까요" 절망의 끝을 연기하며 많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하던 김지영은 어느 순간 꿈을 꾼 듯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김지영. 사진 = 민병훈 필름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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