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류현진으로서는 '강정호만 없었더라면…'이라고 아쉬움을 삼킬만 했다.
'괴물'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치고도 7년 연속 10승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10이닝 4피안타 12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 타선 침묵과 함께 홈런 한 방이 아쉬움을 남기며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상대 타선에서 류현진의 10승을 저지한 중심에는 강정호가 있었다.
▲ 강정호, 동갑내기 친구 류현진의 10승을 막다
강정호와 류현진은 1987년생 동갑내기다. 이들은 2006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도 함께 참가했으며 4년이 흐른 2010년에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일원으로서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기도 했다.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이고 한화와 넥센이 맞붙은 경기장에서 이들이 만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류현진은 친구의 맹활약에 7년 연속 10승과 통산 99승이 발목 잡혔다.
4일 경기에 강정호는 어김없이 3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경기 초반만 하더라도 류현진의 완승이었다. 강정호는 1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들어선 첫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 류현진의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았다. 이날 류현진의 첫 번째 탈삼진이었으며 올시즌 199번째 삼진이었다.
두 번째 타석 역시 다르지 않았다. 4회 들어선 두 번째 타석 역시 서클체인지업에 삼진. 연타석 삼진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강정호에게만 잘 던진 것이 아니다. 류현진은 어쩌면 국내 무대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르는 등판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 사이 넥센 타자들은 연이어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 1아웃까지 2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류현진은 1회 최진행의 솔로홈런이 크게 느껴질 정도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를 저지한 것이 강정호다. 강정호는 7회 선두타자 신현철이 삼진으로 물러난 뒤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류현진의 145km짜리 직구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25호 홈런을 때렸다. 류현진으로서는 10경기만에 맞은 피홈런이었다. 경기 후 그는 "순간 실투라고 느꼈다"고 말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그리고 10경기만의 홈런은 너무나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후에도 강정호는 류현진을 위기로 몰아 넣었다. 류현진은 시즌 혹은 국내 무대 마지막 등판인만큼 112개를 던진 뒤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로 나선 강정호는 좌익수쪽 2루타를 때려냈고 팀은 무사 1, 3루 찬스를 잡았다. 류현진이 153km짜리 강속구를 던지며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10이닝을 던지고도 패전의 멍에를 써야만 했다.
이날 류현진이 10회까지 맞은 4개 안타 중 2개는 강정호에게 허용한 것이었다. 또한 2개의 장타 모두 강정호의 몫이었다.
▲ 시즌 중반 슬럼프 털어내며 유종의 미
시즌이 마무리되가는 시점에서 본다면 올시즌 넥센 타자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박병호다. 하지만 시즌 초중반만 하더라도 주인공은 박병호가 아닌 강정호였다. 그는 연일 홈런포를 폭발시키며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6월말 봉와직염으로 인해 잠시 전열에서 이탈한 이후 강정호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타율은 준수했지만 홈런은 나오지 않았으며 이후에는 정확도마저 떨어졌다. 2012시즌이 용두사미가 되는 듯 했다.
결국 강정호는 다시 일어섰다. 8월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74일만에 홈런포를 터뜨리며 시즌 20호 홈런을 때렸으며 9월 18일 잠실 LG전에서는 연이어 도루를 성공시키며 데뷔 첫 20홈런-20도루 고지에도 올랐다. 비록 시즌 중반 아쉬움도 있었지만 막판 다시 존재감을 회복한 것이다.
강정호는 이날 전까지 7경기에서 3개 홈런을 때리며 막판 홈런 스퍼트를 올렸다. 이는 류현진을 만나도 다르지 않았다. 상승세가 주춤하기는 커녕 오히려 존재감 회복의 정점을 찍었다.
이날 강정호는 류현진과 한화 팬들에게 야속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강정호와 류현진이 만난 곳은 엄연히 프로 세계다. 친구에게는 아쉬움을 남긴 맹활약이지만 덕분에 강정호 자신은 유종의 미를 거두며 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팬들 역시 류현진의 해피엔딩까지는 아니지만 10회에 153km를 던지는 괴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넥센 강정호(첫 번째 사진 왼쪽)와 류현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