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윙맨이 가을의 전설을 주도할까.
8일부터 대망의 포스트시즌이다. 단기전은 마운드 싸움이다. 최근 몇 년간 단기전 마운드 운용의 가장 큰 특징은 3선발 체제에서 4선발 체제로의 변화다. 2007년 SK가 한국시리즈서 전통적인 단기전 3선발제를 고수한 두산에 맞서 4선발로 당시 신인 김광현을 투입해 3일만에 등판한 다니엘 리오스와의 선발 맞대결서 승리한 뒤 결국 한국시리즈 전체 흐름을 가져온 게 결정적이었다.
▲ PS 4선발 체제, 단기전 패러다임은 불펜 입증
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은 똘똘한 선발 3명으로 로테이션을 했다. 하지만, 뒷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포스트시즌서는 망설임 없이 선발투수를 강판시키는 경향이 짙다. 단 1경기, 한 순간의 흐름이 시리즈 전체를 좌우하기에 정규시즌보다 교체 템포는 더욱 빨라졌다. 그만큼 불펜 투수들이 더욱 힘들어졌다.
이는 역설적으로 힘 좋은 선발투수의 필요성을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 어차피 단기전은 경기 종반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나는 만큼 선발투수가 최대한 버텨주는 팀이 불펜 운용에 도움이 된다. 3일 쉬고 4일만에 나서는 선발투수보다 4일 쉬고 5일 나서는 선발투수가 힘이 넘치고, 이닝을 길게 가져갈 확률이 높다. 1차전에 투입된 투수가 3일 쉬고 4차전에 나설 때 힘이 떨어지면, 그 팀은 흐름을 빼앗기기 전에 조기에 불펜 운용을 할 가능성이 크고, 그게 불펜 과부하로 이어진다. 불펜 투수를 최대한 아끼려면 3선발 체제보다 4선발 체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포스트시즌서도 4선발이 강한 팀이 유리할 전망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은 차고 넘치는 선발 요원 중 1명을 돌리면 된다. 장원삼, 미치 탈보트, 배영수, 고든으로 이어지는 선발 10승 4인방이 있고, 윤성환도 있다. SK도 김광현과 돌아온 마리오 산티아고, 윤희상, 송은범, 채병용, 데이브 부시 중 4선발을 추릴 수 있다. 두산도 더스틴 니퍼트, 이용찬, 노경은, 김선우가 단단한 4선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롯데는 고민이 될 전망이다. 쉐인 유먼, 송승준, 라이언 사도스키 외에 부상을 입었던 이용훈과 올 시즌 부진한 고원준의 활용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 선발, 구원 오갈 수 있는 스윙맨 주가 상승
또 하나. 불펜 과부하를 막기 위해 선발과 구원을 오갈 수 있는 투수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단기전은 선발이 2~3회에 흔들려도 교체된다. 이때 곧바로 필승조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건 전체적인 불펜 운용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대신 경기 흐름을 잡아줄 롱릴리프가 필요한데, 조금이라도 구위가 좋은 투수를 넣기 마련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나설 수 있는 투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 중이다”라고 했다. 삼성은 지난해 차우찬과 정인욱을 스윙맨으로 활용했다. 차우찬은 1차전서 구원 등판한 뒤 5차전서 선발 등판해 삼성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 투수이기에 단기전서 롱릴리프로 나서더라도 이닝 소화에 부담은 없다. 롱릴리프의 구위에 따라 단기전 말미에 변칙 선발로 활용하는 게 필승 카드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삼성과 SK가 유리할 수 있다. 삼성은 선발 투입도 가능한 차우찬이 합숙 훈련에서 구위를 집중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정인욱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선발감이 많기 때문. SK도 전통적으로 길게 던질 수 있는 스윙맨이 많았다. 이만수 감독도 “롱릴리프나 스윙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상해야 한다”라고 고심을 드러냈다.
단기전의 관건은 투수교체 타이밍 싸움이다. 똘똘한 4선발, 똘똘한 스윙맨이 가을의 전설을 쓰지 않을까.
[차우찬, 부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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