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아동 성범죄자, 상상을 행동으로 옮긴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몇년 간, 아동 성범제 문제는 한국 사회의 커다란 화두였다.
2008년 온 국민에 충격을 안겨준 나영이 성폭행 사건 이후, 아동 성범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다. 이후 잇따라 터지는 아동 성폭력 사건은 딸 가진 온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이에 지난 5년간, '전자 발찌', '화학적 거세',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최대형량 증가' 등의 대책도 마련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대책이 대폭강화됐다.
경찰청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순 소지자도 적발해 처벌하는 등 아동 포르노 집중단속을 위한 '성폭력·강력범죄 총력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에 나섰다. 또한, 검찰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초범에 대해서도 기소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실제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아동과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이 들어간 경우,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조처는 아동 포르노가 아동성범죄로 이어진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2005년 미국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 소지로 체포된 이들 가운데 약 40%가 실제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강경 대책 대부분, 큰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영이 사건이 발생한 지도 만 4년이 지났지만,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범죄 건수는 최근 5년동안 2.4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아동 인구 10만 명당 아동 성범죄 발생건수 증가율은 세계 1위다. 또한, 아동인구 10만 명당 아동 성범죄 발생건수는 16.9건으로 독일(115.2건), 영국(101.5건), 미국(59.4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성인물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6.8건)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은 포르노물이 공공연히 유통된다. '로리물'이라 하여, 매우 어려보이는 얼굴과 몸을 한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인 애로만화도 편의점에서 버젓이 팔린다. 불과 만 10세 불과한 여자 아이들이 수영복 사진집을 낸다. 이 같이 세계에서 성적 취향에 가장 관대하다고 볼 수 있는 일본의 아동 성범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런 일본에서도 최근 아동 성범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20대 남성에 의한 여아 감금 사건이 두 차례나 연속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경찰에 따르면, 미성년을 상대로 한 성추행, 성폭행 사건은 계속 감소추세였다가 최근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성문화의 첨단을 달리는 나라 일본. 과연 이 나라의 아동 성범죄 전문가들은 아동 성폭행범과 아동 성범죄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일본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의 9월 18일 발매호 기사 '폭주 로리남, 왜 늘어나는가?'에서는, 각 아동 성범죄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관한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 아동 성범죄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도대체 왜 어른이 아이에게 성적 관심을 가지고, 범죄행위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이를 끊임없이 연구해온 이가 있다. 바로 '욕망의 행방 - 아이를 성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아사히신문 출판)의 저자, 가쓰키 마리코 씨다.
그녀는 6살 때, 모르는 남성에게 성추행 당했다. 자신의 집 근처에서 어떤 남성이 자신의 속옷을 벗기고, 눈 가리개를 씌운 뒤, 자신의 국부에 이물질을 넣은 것이다. 20세 때,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바람에 이후 우울증을 겪다가, "아이를 왜 성적 대상으로 볼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겨 성범죄 당사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거듭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녀는, 아이를 성적대상으로 보는 이유와 계기는 각자 다르지만, 아이를 상대로 성적 행위를 실행에 옮기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공통점은 바로 '잃어서는 곤란하다, 소중하다'라고 생각되는 가족이나, 비슷한 망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잃을 것이 없는 자포자기 상태의 결과가 아동 성범죄로 연결된다는 것.
정신과 의사 하루히 다케히코 씨에 의하면, 로리타 컴플렉스나 소아성애를 가진 자가 일정수 존재하는 것 자체는 불가사의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동성애나 다른 여러가지 페티시즘(fetishism)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소아성애 자체와 소아성애에 대한 성적 판타지 자체보다는 이를 현실에서 실행에 옮기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성적공상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은 왜 그럴까?
앞서 나온 카쓰키 씨는 "지난해 아동 성범죄 가해자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실제로 해봤더니 의외로 간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동에 나서게 된 사례가 많았다.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만, 정신적 억제가 되지 않았던 것.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녀석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의외로 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조차 그렇게 행동하는, 다소 뒤틀린 형태의 연대감인 듯하다"고 밝혔다.
또한, 카운셀링을 전문으로 하는, 마음 상담소 '리커버리'의 대표 카운셀러 요시오카 다카시 씨는 "소아성애자의 성적인 공상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이 공상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 배경에는 '의존증'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존증은 의존 대상에 빠져 사회생활이 유지가 안 되는 병이다. 상사에게 혼나고 여자친구에게 차여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을 때, 감각을 마비시켜주는 것이 바로 의존대상이다. 그것이 어린 여자 아이인 경우도 있다면, 알콜이나 약물인 경우도 있다."
◆ 日전문가 "소아성애, 공론화하고 극복해야"
그렇다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잠재 성범죄자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을까.
유 멘탈클리닉 총원장 유키 유 씨는 "기본적으로 곤란하다"고 전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여고생과 여자 초등학생이 걷고 있을 경우, 고교생에 눈이 가는 남성이 많지만, 간혹 초등학생에 눈이 가는 남성도 있다. 그 사람의 기호를 구별하는 데에는 일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단순한 흥미와, 강제로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은 별개다. 소아생애자에는 스스로의 기호에 괴로워해 여아와 접촉을 가지지 않으려 하는 남성도 많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요시오카 씨도 잠재 아동 성범죄자를 구별하는 법은 없다면서 "가장 가해자가 되기 쉬운 것은 모르는 사람이 아닌, 주변 사람"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가쓰키 씨도, 성범죄자가 될만한 남성을 구별해 배제하는 것은 어려우며, 오히려 소아성애라는 성적 기호를 화제로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당사자를 고립시키지 않는 일이 범죄 억제에 연결된다고 밝혔다.
"주변에 있는 소아성애자를 가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성적 취향을 부정하거나 모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기분을 듣는 것. 터부시하면 할수록 당사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게돼 일부가 폭주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시오카 씨는 "성 의존증도 회복가능한 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시오카 씨의 상담소에서는 카운셀링을 위해 성장환경과 가족 관계에 대해 듣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등 자신이 안고 있던 문제를 자각해 왜 의존대상이 필요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상담자에게 성의존증자가 참여하는 미팅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도록 강하게 촉구한다.
요시오카 씨는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 '그 사람처럼 회복하고 싶다'는 대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소아성애도 극복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한국 경찰 당국이 지난 5월, 아이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반복한 40대 남성을 상대로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시작한 데 대해 "약물 치료는 새로운 의존증을 발생시킬 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양한 성적 취향이 인정 받는 나라 일본에서는, 위의 내용과 같이 소아 성애도 하나의 선천적인 성적 기호로 보고, 이를 공론화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닌 전문가들이 많다.
사실, 한국의 사회 통념상 소아 성애를 공론화하거나 하나의 성적 기호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무작정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기보다는 일본의 전문가들처럼 소아성애의 본질과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는 요인, 아동 성범죄 예방의 근본적 대책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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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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