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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골든타임', 의학적으로 사고 발생 후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지켜져야 하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배우 이성민은 "주인공이었던 민우(이선균), 재인(황정음)의 의사로서의 수련의 시간이란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민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인생에 있어 '골든타임'과 최인혁 교수의 수술만큼이나 치열했던 '골든타임'의 촬영 뒷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 이번처럼 여러 매체와 한꺼번에 인터뷰를 하는 게 처음 아닌가?
"맞다. 사진 찍는 게 힘들었는데, 편해지진 않아도 익숙해진다. 인터뷰를 원래 힘들어하는데, 이번만큼은 힘들어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재미있다"
-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빠듯한 촬영 스케줄이었다고 들었다.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배우나 스태프 모두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니냐?' 할 정도였다. 눈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태풍이 계속 오고, 더위도 오면서 점점 지쳐갔다. 대본도 늦어지면서 힘들었는데, 워낙 배우와 스태프 사이의 관계가 좋았고 부산에 갇혀서 몇 달을 있으니까 전우애가 생기더라. 하하하"
- 최인혁 교수 캐릭터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자료를 많이 봤다. EBS '극한 직업'도 참고했다. 병원 옆으로 이사까지 오면서 뛰어다니던 의사를 보면서 중증 외상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아주대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사명감과 책임감도 생기더라"
- 최인혁 교수가 생명을 살리지 못한 환자의 보호자를 찾았는데 어린 아이 둘이 나타났을 때 슬프더라.
"그 장면에서 감정을 많이 컨트롤하려고 애썼다. 안 그러면 일 나겠더라. 리허설 때부터 아이들을 보는데 대책이 없었다. 냉정하게 하려고 하는데도, 황당함이 느껴졌다. 이게 내 일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 아이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인혁 교수란 캐릭터가 너무 이상적이라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다. 촬영을 도와주시던 분들도 그랬다. 최인혁 같은 의사가 실제로 있다고. 이국종 교수 얘기도 많이 하는데, 나 역시 존경스럽더라. 극 중 최인혁의 모습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거다. 우리 드라마의 화두가 '의사는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인데, 그건 아마도 의사가 자신 앞에서 환자가 죽어가는 걸 지켜볼 때 가장 두렵지 않을까 싶다. 최인혁 역시 그 두려움 때문에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게 내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답이었다"
-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뤘다.
"난 이런 기대를 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중증 외상, 외상 센터 등이 인지되고, 우리나라에 필요하구나 하는 걸 시청자들이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람들이 중증 외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심지어 해운대 백병원에 전화가 걸려와서 '중증 외상 환자인데 그 쪽으로 가도 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가 그런 부분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 러브라인 파트너였던 배우 송선미는 어떤가?
"굉장히 좋았다. 처음에는 사실 송선미가 유명한 배우라 긴장을 많이 했다. 이번에 처음 만난 거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다. 직접 보니까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그래서 막상 연기 시작하고, 첫 장면 찍을 때는 어색했다. 그런데 평소 행동하는 걸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여신이 아니라 보통 여자더라. 난 여신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착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
- 러브라인이 진전되지 않은 게 아쉽지는 않았나?
"아쉽다. 멜로를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연기를 하다 보니까 반응이 나쁘지도 않았고, 멜로 쪽으로 가는 방향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그래서 서로 멜로가 아닌 연기로 했다. 사실 난 멜로나 러브라인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남자와는 있었다. (신)하균이나 (이)선균이랑 커플로 맺어지기도 했다. 하하. 이렇게 러브라인이 있으니까 연기지만 참 재미있더라. 없어지니까 조금 아쉬웠다. 최인혁이란 캐릭터에게 쉴 수 있는 곳은 신은아(송선미)였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인혁으로서도 마지막에 은아가 남아줘서 좋았다. 안 그랬다면 인혁이 너무 초라하고 비참했을 것 같다"
- 열두 살 된 딸이 아빠가 스타가 된 것을 보고 뭐라고 하나?
"우리 애가 막 그렇게 '아빠 멋있어. 짱이야' 이런 표현 하는 애가 아니다. '본방 사수한다'고는 하더라. 산탄총 환자가 어떻게 되는지도 물어봤다. '최인혁 멋있어?' 물으니까 '어, 멋있어' 이러고 끝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이 최인혁에게 관심을 가지니까 내심 학교에서 뿌듯해할 것이다. 그걸 집에서 내색하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아빠의 일에 대한 얘기를 해줬다. 배우가 아빠의 직업이고, 이것이 즐거움을 위한 취미가 아니란 것과 아빠의 일이 배우이지, 연예인은 아니란 걸 알려줬다. 그런데 이제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이 되어버렸다. 하하"
- 이성민의 '골든타임'은 언제인가?
"우리 드라마에서 '골든타임'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면서, 민우와 재인의 수련의 시간이란 다른 의미도 있다. 나 역시도 그 수련의 시간이 '골든타임' 아닌가 싶다. 연극을 하던 20대 때의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만뒀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 물론 눈물 흘릴 때도 있었지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눈을 빛내면서 뭐든지 닥치는 대로 흡수했던 그 시기, 내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 세월을 지내왔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그 세월이 없었다면 내가 없었을 것만 같다"
[배우 이성민.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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