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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MBC 뉴스데스크가 최근 불거진 싸이와 김장훈을 둘러싼 공연 도용 논란과 관련, 한 대학원생의 고발 건을 뉴스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공연 베끼기?' 싸이-김장훈 '표절' 논란‥고발까지'란 제목으로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싸이가 가요계 선배이자 연출자인 김장훈의 공연 일부를 베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며 이어 대학원생 고희정씨가 싸이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한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두 사람의 논란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법적인 분쟁으로 들어갔다"고 심각성을 제기하며 고발을 한 대학원생 고희정씨를 만나 직접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고 씨는 "싸이와 소속사가 김장훈의 공연 내용을 베꼈다"면서 "조명, 연출, 무대 이런 모든 게 다 구성이고 하나의 창작물로 탄생시키는 건데 (최근 싸이 공연은) '완타치' 공연에서 김장훈만 빼냈다고 보면 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또 MBC는 '훨씬 더 흠뻑쇼' 공연과 '완타치' 공연을 비교하는 영상을 올리며 싸이의 공연 중 일부는 최근 김장훈이 연출한 완타치 공연 장면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소식을 접한 싸이 측은 MBC에 "저희한텐 (고발내용) 전달받은 게 없으니까 전달받으면 그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으며 이에 MBC는 "싸이 측은 월드스타로 떠오르자 이런 논란과 고발이 제기된 것에 대해 내심 불편한 듯한 심정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상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긴 했지만 싸이와 김장훈 양측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공연 도용 논란과 두 사람의 불화설에 대해 실제 고발이 진행되지도 않은 해당 사건을 공영방송 그것도 메인 뉴스라는 '뉴스데스크'에서 과연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였는 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고 씨의 고발로 인해 이제 두 사람의 개인사는 법적분쟁도 불가피하다', '싸이 측은 월드스타로 떠오르자 이런 논란과 고발이 제기된 것에 대해 내심 불편한 듯한 심정인 것으로 전해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억측이 들어간 보도 행태는 보도 저의마저 의심스럽다.
실제 고 씨의 고발은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나? 고 씨가 8일 언론에 싸이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서울시장에 대한 고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고발 의사를 밝힌 이후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즉각 '싸이공연을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고희정씨를 지탄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또 함께 게재된 이미지에는 '싸이 공연 표절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고씨가 올린 '완타치' 공연과 싸이의 '훨씬 더 흠뻑쇼'를 비교, 95%가 일치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100가지 표절항목과 표절 세부내용이 기록돼 있다.
해당 청원글을 올린 네티즌은 "표절이 위법이고 나쁜 것은 맞지만 고희정씨가 주장하는 표절 리스트는 어처구니가 없다. 공연 방식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사용하던 공연 방식이다. 이런 논리라면 세상 모든 가수들은 김장훈씨 공연를 표절한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완타치'는 김장훈씨 혼자 했던 공연이 아니라 싸이랑 함께했던 공연이다. 싸이가 게스트였냐"고 반문하며 무엇보다 제시한 표절 근거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고 씨는 글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자신의 블로그에 '방법을 바꾸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고 9일 새벽에는 '법적 조치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글을 남겼고 급기야 오전에는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 하루도 안 돼 말을 바꾸며 고발을 없던 걸로 수습했다.
결국은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 된 해당 고발 사건은 더더욱 보도 가치를 논하기 조차 거북한 사건이다. 실제 8일 해당 뉴스 보도 후 한 네티즌은 "MBC 9시 뉴스는 연예 프로인가? 뉴스 타이틀에 싸이와 김장훈 불화설..수준 참"이라며 비난했고 한 방송 관계자는 "고희정씨의 고발은 언급하기도 민망한, 어이없고 뜬금없는 사례인데 이렇게 주목받을 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최근 '강남스타일'로 싸이가 세계적인 월드스타로 급부상한 뒤 그의 일거수 일투족,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아닌 보도 프로그램에서까지 보도 가치를 따지지 않은 진지한 준비없이 단순 보도에만 급급한 것은 아니었는 지 돌아볼 일이다.
[가수 싸이와 김장훈 관련 고발 해프닝을 낳은 고희정씨 관련 기사를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사진출처 = MBC '뉴스데스크' 방송캡처]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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