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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슈퍼 텔런트’ 손흥민(20·함부르크)은 어떤 스타일일까?
손흥민은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7경기서 4골을 터트리며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유효슈팅 10개를 때려 그 중 4개를 성공시켰다. 골 결정력 면에선 독일 리그 최정상급 수준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제법 놀라운 기록이다. 덕분에 지난 시즌 가까스로 강등을 면했던 함부르크도 3승1무3패(승점10점)를 기록하며 리그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손흥민 효과다.
그동안 ‘프리시즌’에 강했던 손흥민은 ‘진짜시즌’에 강한 선수가 됐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의 합류는 손흥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손흥민도 “나에게 판 데르 파르트는 선물 같은 존재”라며 이를 인정했다.
확실한 지원도 뒷받침 됐지만 손흥민의 마무리 능력도 칭찬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이 지금까지 기록한 4골 중 그냥 만들어진 득점은 없다. 손흥민은 골 장면마다 자신이 가진 ‘슈퍼 텔런트’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시즌 첫 골에선 프랑크푸르트 골키퍼를 제치는 여유를 보였고 2, 3호골이 터진 도르트문트전에선 마치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를 보는 듯 했다. 팔이 안으로 굽었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손흥민이 보여준 클래스는 남달랐다.
퓌르트전의 시즌 4호골도 통쾌했다. 손흥민은 재치 있는 개인기로 수비를 제친 뒤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이를 지켜본 토르스텐 핑크 감독은 “손흥민은 골 찬스서 월드 클래스”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올 시즌 핑크 감독의 함부르크는 4-2-3-1 시스템을 사용한다. 원톱에 올 시즌 이적한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가 서고 판 데르 파르트, 손흥민, 이보 일리세비치(또는 얀센, 지라첵)가 2선에 포진한다. 중앙에선 미란 바델리, 톨가이 아슬란(또는 지라첵)이 발을 맞춘다. 수비는 데니스 디크마이어, 하이코 베스터만, 마이클 만시엔, 마르첼 얀센(또는 데니스 아오고)가 맡는다. 골문은 레네 아들러가 지킨다.
손흥민의 포지션은 우측 윙포워드다. 4-4-2의 오른쪽 미드필더보단 4-3-3의 윙어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4-4-2 시스템에서 측면 미드필더는 사이드 돌파를 통한 크로스에 중점을 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떠올리면 된다. 반면 4-3-3(또는 4-2-3-1) 시스템에선 윙어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직접 슈팅을 날린다. 레알 마드리드 호날두가 예다.
엄밀히 말해 손흥민은 호날두와는 다른 유형의 선수다. 하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은 호날두와 유사한 ‘윙어’다. 2000년대 중반 들어 4-3-3 시스템이 유행하면서 측면 윙포워드는 ‘도움’보다 직접‘ 골’을 넣는 역할로 점차 진화해 갔다. 호날두,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아르옌 로벤, 프랑크 리베리(이상 바이에른 뮌헨), 안드레이 아르샤빈(아스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손흥민의 동선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분데스리가 경기 분석 시스템 확인 결과 손흥민은 기본적으로 우측에 머물지만 공격시에는 중앙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축구통계분석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서도 손흥민의 평균 포지션이 중앙에 쏠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패스를 주는 것보다 받은 움직임이 많다. 손흥민이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을 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오는 1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치르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 손흥민을 소집했다. 106일 만에 대표팀 발탁이다. 그만큼 최근 손흥민이 독일 무대에서 보여준 임팩트가 강했다는 얘기다.
물론 손흥민 스타일이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재현될지는 미지수다. 최강희 감독은 “잠재력은 최고다. 슈팅 능력, 돌파력, 침투 능력 등 장점이 많다”면서도 “동료들과 어우러지는 플레이가 단점이다. 올림픽팀에서 낙마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허나 손흥민이 가진 재능은 분명 특별하다. 한국 축구에 손흥민 스타일이 뜨고 있다.
[퓌르트전 손흥민의 움직임.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분데스리가 홈페이지]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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