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소위 '미쳐주는 선수'가 없으면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 승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진리가 되어버렸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도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박준서와 용덕한이 차례로 미쳐주며 적지에서 1,2차전을 쓸어 담았다.
평소보다 좋은, 때로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두고 흔히들 미친 선수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미쳤다는 표현은 기본적인 기대치가 높은 스타급 선수들보다 하위타순에 포진한 선수들이나 대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이 나온다. 대타였던 박준서와 8번으로 출전한 용덕한도 이 조건을 벗어나지 않는 케이스다.
기본적인 기대치의 차이 외에도, 하위타선에서 미친 선수가 자주 나오는 것은 분석의 차이가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 포스트시즌은 총력전인 동시에 '분석의 싸움'이기도 하다. 전력분석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분석의 결과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세밀해져 가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는 팀들은 그물망을 짜듯 상대 선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철저한 분석에 돌입한다. 특히 상대의 중심타자나 주요 투수들을 낚아 올리기 위해서는 더 촘촘하게 그물을 짜게 마련이다.
하지만 분석을 통해 상대의 모든 것을 다 파헤칠 수는 없다. 중요한 선수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몇몇 선수들에 대해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처 다 분석되지 않은 선수들이 상대의 그물을 빠져나와 가을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다. 박준서와 용덕한에게 홈런을 맞은 홍상삼은 롯데 타자들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꼭 공략해야 하는 두산의 주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당연히 철저한 분석을 거쳤을 것이다. 에이스급 투수나 특급 마무리 혹은 셋업맨이 단기전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투수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대부분 무명이나 기대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박준서와 용덕한은 이번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예상됐던 주전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박준서는 1차전에서 대타로 나서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미쳤고, 용덕한은 강민호의 부상 이후 2경기에서 홈런 하나를 묶어 6타수 3안타로 '가을사나이'가 됐다.
롯데에는 여기에 보이지 않게 미친듯한 활약을 펼치는 문규현도 있다. 문규현은 2차전에서 팀이 0-1로 뒤지던 7회초 동점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수비에서도 실수 없이 깔끔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도 문규현은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볼넷 두 개를 얻어 총 다섯 번의 타석에서 세 번 1루를 밟는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다. 문규현의 타순은 2경기 연속 9번이다.
중요한 시험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문제'다. 긴 시간을 투자해 애써 준비한 부분은 누구나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온 문제를 잘 풀어내느냐가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결국 하위타선에 대한 분석은 누구나 조금씩은 미진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느 팀의 하위타선에 있는 선수가 미치느냐가 팀의 운명을 좌우해온 것이다.
[용덕한(위)-문규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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