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종범은 8년 전 선동열의 배움을 알고 있을까.
한화 신임 김응룡 감독이 이종범을 코치로 품었다. 한화는 9일 오후 이종범을 다음 시즌 코치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이종범의 한화 행은 김 감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올 시즌 KIA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를 준비했던 이종범에게 한화는 최상의 선택이다.
▲ 선동열을 품은 8년 전 김응룡
시계추를 2003년 말로 돌려보자. 당시 삼성 감독이던 김응룡 감독은 선동열 KBO 홍보위원을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2003년 준플레이오프서 탈락한 삼성은 무언가 새로운 전기가 필요했다. 팀의 주축인 이승엽도 떠난 상황. 팀을 재건하기 위해 자신을 보좌해 드라이브를 걸어줄 인물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해태 시절 제자였던 선 감독을 적임자라고 봤다. 삼성과 김 감독의 부름에 결국 선 감독은 삼성 수석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김 감독은 선 수석에게 투수 운용의 전권을 줬다. 관리 및 육성부터 투수 교체까지 모두 맡겼다. 선 감독은 훗날 “감독님이 몇 차례 교체 타이밍이 늦다”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것 말고는 아무런 말씀도 안 해주셨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삼성과 KIA 감독을 하면서 김 감독의 특유의 스타일을 상당수 흡수했다. 선 감독은 2004년 김 감독 밑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은 뒤 ‘스타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명제를 삼성에서 깼다. 말하자면, 김 감독이 선 감독의 감독 트레이닝을 확실하게 시켜준 것이다.
▲ 이번엔 이종범을 품은 김응룡
당시 삼성에도 코치 선동열은 꼭 필요한 존재였고, 한화도 지금 이종범이 꼭 필요하다. 김 감독 품 속에서 선동열은 삼성 마운드를 재건했고, 내년부터 김 감독 품 속에서 이종범도 한화 재건에 나선다. 이종범이 무슨 파트를 맡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타격 혹은 주루-작전 코치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화는 젊은 선수들의 미숙한 주루플레이로 땅을 친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한화는 지금 이종범의 주루 및 작전수행 노하우 전수가 절실하다.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 스타일은 철저한 코치분권주의다. 선수 교육에서부터 모든 걸 철저하게 맡기고 책임을 묻는다. 코치 개개인 파트에 터치하지 않는다. 8년 전 선 수석에게 투수운용의 전권을 맡긴 건 파격조치였지만, 김 감독의 성향상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김 감독은 당시 선 감독을 훌륭한 지도자로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 역시 이종범에게 특정 파트의 코치를 맡긴 뒤 철저하게 방임할 가능성이 크다. 8년 전 선 감독에게 그랬던 것처럼 믿고 맡긴 뒤 철저하게 책임도 물을 가능성이 크다. 이종범은 김 감독의 애제자이지만, 애제자에게 더욱 냉정한 승부사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이종범 영입으로 한화의 미래와 지도자 이종범의 미래 모두를 밝게 하고 싶어할 것이다.
▲ 감독 김응룡과 코치 이종범의 미래
이종범은 김 감독 밑에서 혹독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게 됐다. 은퇴할 때부터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어했던 이종범에게도 행운이다. 이종범이 자신을 낮추고 공부하는 자세로 코치직을 역임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참이 된 이후 후배와 코치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에도 능통했고, 카리스마와 실력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에 좋은 감독 혹은 코치의 조건을 갖췄다. 파트별 코치 2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어쨌든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수련의 시간으로는 부족하지 않다.
야구계에선 김 감독의 2년 계약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보통 리빌딩이 필요한 팀은 3년 계약을 기본골자로 한다. 물론 최근 막무가내식 감독 경질 러시에 감독 계약기간이 휴지조각이 됐지만, 통상적으로는 최소 3년 기회는 준다. 당장 내년 한화의 부활 가능성 타진 여부도 불투명한데 2년 뒤를 내다보는 건 무의미하다. 어쨌든 김 감독은 2014시즌 후 어떻게든 2년을 냉정하게 평가 받을 것이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본인과 이종범의 거취도 주목을 받을 게 자명하다.
그때 김응용의 한화 재건, 이종범의 지도자 기반 닦기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그에 따른 김 감독의 선택은 8년 전 삼성과 비교해서는 어떨까. 김응용 감독과 이종범 코치에게 새삼 관심이 쏠린다.
[김응룡 감독과 이종범, 선동열 감독, 김응룡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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