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왜 롯데가 한 명의 투수에게 36억원을 투자했는지 단 두 경기로 증명했다.
정대현(롯데 자이언츠)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팀이 2-1로 앞선 9회말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 승리를 지켰다. 1차전에 이어 이틀 연속 세이브. 롯데는 9회 용덕한의 결승홈런과 정대현의 위기탈출 세이브를 앞세워 두산에 2-1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 앞에 뒀다.
롯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정대현을 4년간 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 등 총액 36억원에 붙잡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된 후 다시 한국에 돌아온 정대현에게 거액을 안겼다.
제 아무리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 앞에 뒀던 선수라 하더라도 불펜투수임을 감안하면 높은 금액이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롯데는 지난 몇 년간 허약한 불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안정감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대현을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7월까지 정대현의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 도중 왼쪽 무릎 부상이 재발했기 때문. 이후 수술을 받은 정대현은 8월이 돼서야 1군에 올라왔다. 정대현없이도 불펜 안정화를 이뤘다고 하지만 FA 악몽이 떠오를 법한 상황이었다.
비록 공백은 있었지만 정대현은 서서히 자신의 위력을 찾아갔다. 여기에 기존 마무리였던 김사율의 부진까지 겹치며 점차 롯데 불펜에서 차지하는 정대현의 비중은 서서히 높아졌다. 결국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양승호 감독이 "1점차 상황에서는 정대현을 투입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가장 믿는 불펜투수가 됐다.
정대현은 양승호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다. 정대현은 1차전에 팀이 8-5로 앞선 10회말 등판했다. 3점차라고는 하지만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경기였기에 다른 투수가 올라가 있었다면 불안감을 자아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대현은 선두타자 윤석민에게 안타를 내준 이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경기를 깔끔히 마무리했다.
1차전은 몸 풀기에 불과했다. 2차전이 백미였다. 정대현은 2차전에서 '터프 세이브'의 절정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2-1로 한 점 앞선 9회말 무사 1루에서 등판한 것. 여기에 타순은 4-5-6 중심타선으로 이어졌다.
두산도 정대현을 의식해서인지 4번 윤석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윤석민의 번트 타구는 전진하던 3루수 정면으로 갔고 번트 병살타가 됐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순간이다.
여기에도 정대현의 위력이 숨어 있다. 정대현의 공을 관중석이나 TV로 볼 경우에는 '컨트롤은 괜찮지만 충분히 칠 만하다'도 느낄 법하다. 하지만 다른 어느 투수보다도 공의 변화가 심한 선수 중 한 명이 정대현이다.
이러한 정대현의 공을 번트 경험이 드문 윤석민이 완벽히 성공시키기에는 애당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정대현은 다음타자 이원석까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무사 1루 상황에서 나와 두 타자만을 상대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정대현이 프로통산 501경기에 출장해 왜 평균자책점이 1.87인지, 그리고 왜 롯데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불펜투수에게 36억원을 투자했는지 증명한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이다.
[연속 세이브를 올린 롯데 정대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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