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올해는 유독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줄줄이 제압했고, 3년 만에 천만 영화가 탄생했으며 '괴물'의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겉으로만 보면 한국영화사에 기리 남을 부흥기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자본주의의 고질적 문제점인 양극화가 영화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 배급사의 탄탄한 지원을 받은 영화들이 줄줄이 성공하는 가운데 맥도 못추는 독립영화들은 한숨만 짓고 있다.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두 영화 감독을 만났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무게'로 퀴어라이온 상을 수상한 전규환 감독과 영화 '터치'로 부산을 찾은 민병훈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대형배급사 수직계열화의 희생양이기도 한 이들 두 감독은 다소 격양됐다. 배급사의 극장 소유부터가 잘못 끼운 단추의 시작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런 극장이 체인화 돼 있다는 점도 큰 문제점이었다. 미국, 유럽 어디를 가도 한국과 같은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전규환 감독 "관련 법 시정이 시급…그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전규환 감독은 "대기업 위주 산업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기에 다양한 영화가 살아남고 만들어지는 환경이 없어졌다. 우리 문화 자체에 굉장히 위험한 짓이다. 영화를 만들어도 걸 때가 없으니까"라며 "독점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대한민국 만이 유일하게 멀티플렉스 3~4개관에서 같은 영화가 상영되는데, 똑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는 기회를 뺏는거다. 돈이 반칙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규환 감독이 제시한 해법은 '입법화'였다. "빨리 입법화 돼서 관련 법을 시정해야만 한다. 자본은 그 생리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본을 설득하는 것은 말이 안되고 설득도 안된다. 자본에는 양심이 없으니까 법으로 보호하는 일 밖에는 없다. 법으로 약자를 보호하듯이 법으로 약한 문화를 보호해야 한다."
그는 또 색감,구도 등 애써 만든 영화는 스크린에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민병훈 감독 "극장에서 답 없다면 다른 루트 찾을 것"
민병훈 감독은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는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금지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극장에 이제는 방송채널까지 가지고 있다"며 "양심을 벗어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앞으로 시장영화를 안할 것이다. 하자고 해도 안한다"며 배급사가 시나리오를 검열하고 감독을 교체하는 일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난했다.
민병훈 감독은 "영화를 잘 만드면 사람들이 본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오락영화가 90이 되면 10 정도는 의미있는 것도 제작이 돼야하는데 다들 오락영화만 하고 마케팅비에만 20억, 30억을 쏟아붓는 반면 힘들게 만든 영화들은 극장에서 안 틀거나 틀어도 퐁당퐁당이다. 이제 내 영화 극장에 안걸겠다"고 말했다. 그가 모색한 방도는 포털 등 다른 루트를 찾는 일이었다. 이미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자신의 영화를 저가에 단독 개봉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은 불법복제를 막는 시스템과 법이 제대로 정비가 돼있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복제가 돼 떠돌게 되면 해외에도 팔릴 수 없으니 각오 하셔야 된다고 네이버에서 말하더라. 그러나 기술적인 부분이 개선이 된다면 내년에는 새로운 배급질서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민병훈 감독은 "영화 구조가 노예가 되면 안 된다. 극장 안에 들어가 노예가 될 바엔 아쉬워도 모바일이나 포털 등 다른 루트를 통해 영화를 풀겠다"며 "나는 예술영화관으로 우리 영화들을 몰아넣는 행태도 마음에 안든다. 서울에서 곳곳에 있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광화문 씨네큐브 한 번 가려면 그것도 일이다"고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민병훈 감독은 관객들이 예술영화를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며 "영화 시상식 할 것 없이 영진위 차원에서 영화평론가들 모아놓고 그 해에 좋은 영화 10편을 선정해 DVD로 만들어 전국 초중고 도서관과 대사관, 해외에다 뿌려야 한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하고 있는 일이다. 예산도 얼마 안든다"고 전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퐁당퐁당으로 상영되면 그 기간만큼 제대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멀티플렉스에 제재를 가할 것이며 예술영화관을 확대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들의 말을 들어보면 영진위의 방안은 감독들이 원하는 해법과는 거리가 존재한다. 그나마 현재로선 이들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 감독들의 목소리가 '베니스의 영웅'으로 돌아온 김기덕 감독의 웅변 탓에 국회에까지도 진출했다고 하니 그곳에 기대를 걸고 있는 형편이다.
[전규환 감독(왼)과 민병훈 감독. 사진 = 트리 필름·민병훈 필름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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