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롯데가 잘 나가다 브레이크가 걸렸다. 11일 부산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홈 경기서 완패했다. 이날 롯데 선수들은 어딘가 모르게 쫓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늘 무조건 끝내야지’라는 강박관념에 이용찬을 차분하게 공략하지 못했고, 믿었던 뒷문이 활짝 열렸다. 또한, 주루사 두 차례로 준플레이오프 전체적인 흐름을 두산에 넘겨줬다.
▲ 차분하지 못하고 쫓겼다
3차전을 현장에서 생중계한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롯데 선수들이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다”라고 했다. 롯데는 1~2차전과는 달리 성급한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1회 1사 만루 상황에서 태그업 실수로 인한 조성환의 홈 횡사, 4회 1사 3루에서 사인 미스를 범한 전준우의 주루사 모두 차분하지 못한 결과다.
1~2차전서 집중력을 발휘했던 타선도 3차전선 그렇지 못했다. 이용찬은 니퍼트와 노경은보다 구위가 좋지 않았으나 결정적인 순간 포크볼을 참지 못해 무너졌다. 이후 필승조 최대성과 강영식이 무너지며 사실상 수건을 던졌다. 두산은 연이은 호수비와 타선 집중력을 앞세워 반격의 씨앗을 뿌렸다.
▲ 가을이면 홈에서 약해진다
롯데는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고 있지만, 홈에선 1승 9패에 머물렀다. 1승은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다. 그게 포스트시즌 홈 12연패를 끊은 것이었고, 이전 롯데의 포스트시즌 홈 마지막 승리는 1999년 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준플레이오프만을 놓고 볼 때는 7연패다. 심지어 2000년 삼성과의 마산 경기를 포함한다면 홈 8연패다.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홈 마지막 승리는 1992년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쯤 되면 홈 트라우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안방에서 작아진다. 2009년과 2010년 두산에 역스윕을 당한 것도 1~2차전을 잠실에서 잘 싸워놓고 부산에서 두산에 흐름을 내줬기 때문이었다. 최근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고는 있지만 정작 홈 팬들 앞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하니 홈 팬들도 답답할 것이다.
▲ 정말 홈팬들 응원에 부담을 느끼나
이런 시각이 있다. 롯데팬 특유의 열광적인 응원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롯데 팬들의 홈경기 응원은 나머지 팀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훨씬 열광적이다. 롯데 선수들은 그런 홈팬들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좀 더 잘하고는 싶은데 필요 이상으로 의식을 하다 보니 경기가 꼬일 수 있다.
그렇다고 롯데가 정규시즌 홈경기에 약한 건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 홈에서 35승 4무 27패로 승률 0.565를 기록했다. 특히 만원 사례가 된 13경기서는 9승 4패의 압도적인 성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포스트시즌만 되면 작아진다. 단 한순간의 승부처가 시리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단기전서만 유독 홈경기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극복해야 될 일이다. 9개 구단 중 가장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롯데 홈팬들의 열정을 자신들의 부담 탓에 조금 자제해달라고 한다면 홈팬들에 대한 배신이다. 그저 선수들 스스로 좋지 않은 과거를 떨쳐내야 한다. 롯데가 가을의 강자로 기억되려면 어디서든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 그래야 1999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만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도 바라볼 수 있다.
[3차전 패배 이후 쓸쓸하게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롯데 선수단.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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