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도 서서히 종착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올해는 하루가 더 늘어나 10일동안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마침내 13일 폐막한다.
올해 역시도 국내외 영화계 별들이 부산을 찾아 포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1년을 돌이켰고, 영화팬들은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영화들을 미리 예매하기 위해 일찍부터 전쟁을 치뤘다.
기자들도 낮에는 따사로움을 넘어 따갑기까지 한 햇살을 비집고 영화제 공식일정 및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했고 호텔 곳곳을 누비며 배우들을 만나 숙취 인터뷰를 해야했다. 다소 쌀쌀해 겉옷이 필요했던 저녁에는 물론 술.술.술.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으니,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배급사의 밤을 비롯한 소소한 영화계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넘나들며 순간이동을 하기 바빴다. 이런 생활을 열흘 가까이 하고나니 요일개념과 밤낮개념까지 없어진 부산의 현장을 벗어나기 앞서, 미처 다하지 못했던 뒷 이야기들을 폐막을 하루 앞두고 전한다.
# 개막식 취재 풍경, 제2의 오인혜 나올 것이냐 말것이냐
개막식을 앞두고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제2의 오인혜가 탄생할 것이냐 말것이냐 였다. 지난 해 그녀의 혜성(?)같은 등장의 여파는 너무나도 컸다. 영화제가 아니라 오인혜 축제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기자들은 조마조마하며 부디 올해의 여배우들은 조신한 의상만을 고집하기를 바라며 레드카펫을 바라봤다. 그 결과, 오인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또 한 명의 신인 배우가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영화 '닥터'의 배소은. 간신히 가슴을 가린 그녀의 등장에 한숨을 쉬며 매니저를 수소문하며 한 손으로는 자판기를 두드리며 '제2의 오인혜' 기사를 작성하고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들고 드레스에 대해 물어보아야 했다. 사실 신인 여배우의 노출 홍보 장단에 어디까지 맞춰야 하나 회의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올해는 이만하길 다행. 제발 내년에는 벗지 말아요.
그런데 정작 '도둑들' 상영관 안은 빈자리가 많았다고 한다. 매진은 됐지만, 실제로 수용된 관객의 수는 적었다고 하니, 이미 두 번 세 번 천 만번 본 관객들 탓인지 영광의 '도둑들'은 영화제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지난 해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흥행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에서도 관객이 가득 찼는데 올해 '도둑들'은 다른 모양새였다"라고 말했다.
# 부산국제영화제는 추석 때문에 저주받았다고?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추석 때문에 저주받은 영화제"라는 농담을 했다. 작품성에 상업성까지 갖춘 영화들을 영화제를 통해 '최초 공개'하고 싶은 것은 프로그래머로서의 당연한 바람. 올해 역시도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하고 싶었지만, 영화제 출품보다는 추석 개봉이 시급한 상업영화로서는 후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그래도 '광해,왕이 된 남자'를 능가하는 다양한 질 좋은 작품들이 부산을 통해 소개됐다. '러시안 소설', '가시꽃' 등이 바로 '강추되는 영화들'.
[배소은-'도둑들' 무대인사 현장. 사진=부산 곽경훈 기자kphoto@mydaily.co.kr·유진형 기자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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