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남영동1985', '닥터', '러시안 소설', '명왕성', '가시꽃'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영화들로 이들은 올해 부산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작품성을 갖추고 독특한 시각과 영화적 문법, 현실에 대한 충실한 반영 등이 이들 영화들의 공통된 특징인데 문제는 이들 영화들이 13일 영화제의 폐막 이후 걸어갈 길이다.
올해는 유독 한국영화들이 사랑을 받은 해로 기록되겠지만, 영화계에도 양극화는 고질적인 문제다. 제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줄곧 겨냥하는 대형배급사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독점 문제는 여전히 뾰족한 묘책이 없는 채로 흘러가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부산을 빛낸 수작들의 향후 운명이 더욱 궁금해진다.
부산에서 가장 '핫'했던 영화는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였다. 정지영 감독이 '부러진 화살' 이후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남영동 1985'는 80년대 잔혹한 고문을 당한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실화를 다룬 것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치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공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은 고문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정지영 감독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사실적인 서사가 눈길을 끈다. 역사에 대한 묘사라는 측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청소년들도 관람가능한 15세 등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 심의가 들어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판정에도 촉각이 곤두서있다.
김성홍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인 '닥터'도 그 잔혹한 묘사가 논란의 소지가 됐다. 배우이자 가수인 김창완이 싸이코패스로 분한 이 작품은 '유혈낭자'그 자체. 아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정신분열로 이어지고 끝내 아내의 머리통을 잔인하게 내려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칸느영화제 관계자가 이 영화를 보다 극장을 뛰쳐나오고 말았다는 에피소드가 부산에서 전해 내려(?)왔다.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을 이번 영화제를 통해 소개한 까닭에 대해 "만약 김성홍 감독이 흥행면에서 성공한 감독이었다면 소개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인 김성홍 감독을 성원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성홍 감독은 '올가미','손톱' 등 한국형 스릴러를 연출해온 감독이다.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이 만장일치 손을 치켜올린 올해 부산의 영화는 신연식 감독의 '러시안 소설'과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이었다. '좋은배우', '페어러브'를 만들었던 신연식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 '러시안 소설'은 판타지 중년 멜로의 3부작이기도 하다.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이 영화는 소설이 영화를 닮아가는 시대에 흥미로운 의미를 던진다는 것이 전찬일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레인보우' 이후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인 신수원 감독도 정교한 플롯과 현 시점과 과거의 시점을 오가는 극 구조 등 색다르면서 안정적인 연출력, 비판적 문제 의식 등이 고루 균형을 이뤄냈다.
베니스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로 해외에서 잘 알려진 전규환 감독은 '무게'로 다시 한 번 독보적인 천재성을 증명했다. 돈을 주고도 여자를 살 수 없는 곱추(조재현)의 비운의 인생을 재기발랄하게 구슬프게 또 색다르게 연출했다. 배우 유지태는 '마이 라띠마'로 배우로서의 존재감만큼 감독으로서의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기대 이상의 연출력과 감각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민병훈 감독의 '터치' 역시도 배우 김지영의 연기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절망으로 치닫다 다시 희망으로 향해가는 부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고 동시에 시적인 영상미를 보여줬다.
예산이 300만원이었다는 '가시꽃'도 핫했다. 예산으로 영화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박력있는 영화였다는 평이다.
이처럼 부산을 들끓게 만든 영화들은 이제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 작품들이 배급사가 미정인 상태다. 배급이 된다하더라도 소규모로 배급이 될 확률이 높으며,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상영기회를 박탈당할 확률이 높다. 저예산 영화들이 설 곳은 결국 영화제 뿐인지, 올해 부산의 '핫' 영화들이 영화제의 품을 벗어난 후 어떤 길로 향해가는지 신경이 쓰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한국영화들 스틸사진.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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