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에겐 가을야구 DNA가 있다.”
SK 이만수 감독은 SK 선수들이 가을에 야구를 잘하는 DNA가 있다고 믿는다.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이후에도 똑 같은 말을 했다. ‘가을야구 DNA’란 도대체 무슨 말일까. 정말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그게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 가을의 강자는 있다
SK는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통산 플레이오프 전적이 10승 4패다. 8개 구단 중 승률이 가장 높다. 또한, SK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최근 큰 경기를 가장 많이 치른 팀이 SK다. 자연스럽게 단기전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몸에 익었다. 이겨본 기억이 많기에 심리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 SK의 자산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도 대표적 가을의 강자다. 21세기 들어 한국시리즈를 7차례 치렀고, 5차례 직행해서 4차례 우승했다. 21세기 삼성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21승 16패 3무다. 21세기 들어 한국시리즈를 6차례 치렀고, 5차례 직행해서 3차례 우승한 SK의 21세기 한국시리즈 성적은 19승 15패다. 나머지 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경기를 많이 치렀고, 기록도 좋다. SK와 삼성은 최근 가을야구를 주름잡고 있는 팀이다.
▲ 가을 DNA? 강한 전력과 멘탈
가을에 야구를 잘하려면 당연히 팀의 전력이 강해야 한다. 전력이 약한 팀은 가을에 야구를 할 수도 없을뿐 더러, 설령 가을에 야구를 할지라도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강인한 멘탈도 필수다. 단기전은 흐름과 기세 싸움이다. 전력이 약간 떨어지는 팀도 이길 수 있고, 상위 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 이때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힘, 즉 강인한 멘탈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은 8~90년대 좋은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단기전만 가면 작아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해 큰 경기서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2002년에서야 첫 단기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밥 먹듯 치르고 있다. 일단 고비를 넘기고 나니, 삼성은 최근 큰 경기서 전혀 위축되는 법이 없다. 강한 전력과 강인한 멘탈로 뭉치는 팀이 가을 야구에서 강한 법이다.
▲ 멘탈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가을야구의 강자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전력, 정신력만 강해선 안 된다. 단기전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알아야 한다.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수년간 큰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이 스스로 몸으로 느껴야 한다. SK는 단기전 승리 확률을 높이는 세밀한 야구에 능하다. 16일 1차전 6회 박진만의 환상 호수비와 더블 플레이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박진만이 긴 시간 큰 경기를 치러오면서 체득한 감각의 힘이다.
6회 왼손 쉐인 유먼에서 투수가 오른손 김사율로 바뀌자 박재상이 안타와 도루에 연거푸 성공한 것, 이어 이호준이 의식적으로 우측으로 타구를 보내 박재상을 3루로 보내준 점, 8회 무사 1루에서 박재상의 1루 희생번트 성공 등은 SK가 그만큼 어떤 상황을 만나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증거다.
단순히 자신감, 경험으로만 가을 야구의 강자가 되는 건 아니다. 예측 수비, 주루 플레이. 작전수행 모두 평상시 남모를 훈련과 연구, 준비가 있었다. 여기에 시행착오와 경험, 분석이 쌓여 지금의 가을야구 DNA가 생겼다. 절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운이나 정신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박정권이 가을에 유독 좋은 타격을 선보이는 것도 운이 아니다. 단순히 한, 두 경기를 통해서 얻은 노하우가 아니다.
처음부터 가을 야구에 강했던 팀은 없다. 후천적인 노력이 강인한 DNA를 만들었고, 강인한 DNA가 차가운 가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SK가 플레이오프 1차전서 여실히 증명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에 기뻐하는 SK 선수들(위),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준 박진만(아래). 사진 = 문학 곽경훈 기자. kph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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