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발은 괜찮은데 불펜이 불안하다.
플레이오프 1~2차전의 결론은 ‘불펜 불안’이다. 애당초 SK와 롯데는 선발보다 불펜이 더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 반대였다. SK는 1차전 김광현과 2차전 윤희상 등 선발투수가 좋은 투구를 했으나 2차전서 믿었던 정우람과 박희수가 무너졌고, 롯데도 확실한 카드 쉐인 유먼과 송승준이 예상대로 잘 던졌으나 믿었던 정대현이 무너졌고, 김사율은 컨디션 난조에 빠져 있다. 두 팀은 앞으로 불펜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플레이오프를 정밀 분석 중인 삼성의 속내는 어떨까. 삼성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전력분석과 파트별 코치를 현장에 파견해 포스트시즌의 경향과 SK, 롯데의 움직임을 모두 데이터화 하고 있다. 분명 삼성도 플레이오프서 이런 모습을 예측하진 못했을 것이다.
▲ 불펜 난조, 삼성은 함박웃음
2차전서 무너진 불펜 투수들은 두 팀의 믿을맨들이었다. 이들은 3차전서 구위를 회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보통 기나긴 정규시즌서는 1~2차례 필승조가 무너져도 시간을 갖고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전은 다르다. 환경 자체가 2차전서 무너졌다고 해서 3차전서 다시 기용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자체가 긴박하니 선수도 마음을 추스를 여유는 없다. 한번 무너지면 심리적, 체력적으로 구위 회복이 쉽지 않다. 반면 타자들은 좋았던 감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제 아무리 정규시즌서 좋은 활약을 했던 정대현, 정우람, 박희수라고 할지라도 3~4차전서 고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팀엔 이들 대신 승부처를 막아낼 투수는 없다. 그렇다면 승부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후반 승부가 자주 뒤집혀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시리즈는 길어지고, 한국시리즈서 기다리는 삼성은 유리하다.
삼성은 가뜩이나 불펜이 강한 팀이다. SK와 롯데가 필승조 투수들을 줄줄이 투입시켜도 힘이나 내구성, 짜임새만으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SK와 롯데는 불펜 투수들의 피로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한국시리즈서 뒷문 싸움은 버겁다고 봐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서로 물고 뜯느라 삼성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는 것. 그럴수록 삼성은 즐겁다.
▲ 선발 활약, 삼성도 경계 태세 강화
롯데 선발진은 1~2차전서 괜찮았다. 3~4차전서 나올 선발투수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쉐인 유먼과 송승준은 지금까진 좋은 페이스라는 게 확인됐다. 이들이 플레이오프가 4차전 이상 이어질 경우 구원 투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시리즈만 올라간다면 삼성은 순번이 관건일 뿐, 이들을 선발 투수로 상대해야 한다.
유먼은 올 시즌 삼성전 5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27로 강했다. 삼성 타선은 왼손 강속구 투수이자 수준급 체인지업에 슬라이더마저 좋은 유먼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다. 송승준은 더 하다. 올 시즌 삼성전 4경기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1.82로 강했다. 그는 과거 유독 대구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삼성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지친 불펜을 상대하려고 해도 일단 유먼과 송승준을 넘지 못하면 안 된다.
SK는 삼성에 비해 확실한 선발 카드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광현이 플레이오프 1차전서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삼성전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약했으나 지금 페이스라면 삼성으로서도 쉽지 않다. 윤희상도 큰 경기 경험 부족을 딛고 6이닝 1실점 호투로 인상적인 가을잔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올 시즌 삼성전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0.99에 불과했다. 이들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와서도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삼성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단기전 스테이지가 바뀌면 선발 투수들은 볼배합 패턴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길게 던지니 분석되기 쉽기 때문이다. 일단 SK와 롯데의 1~2선발이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삼성과의 두뇌싸움도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두 팀은 삼성을 생각할 겨를이 없지만 삼성은 1~2차전 선발 투수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이들을 이겨내야 지친 불펜도 상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삼성도 점점 바빠지고 있다.
[선발로 활약한 윤희상(위). 컨디션 난조를 겪은 김사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