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감독들의 용병술이 절대적이다.
플레이오프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불펜 붕괴 때문이다. 불펜은 SK, 롯데의 최대 장점이었으나 사실상 희석됐다. 단기전서 한번 무너진 불펜 투수들이 체력적, 심리적으로 회복되기란 쉽지 않다. 이젠 감독의 용병술에 달렸다. 내가 갖고 있는 확실한 카드가 부족할 때 흐름을 가져오는 타짜 기질이 필요하다. 프로 1~2년차 감독들의 벤치 역량에 한국시리즈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 투수기용 실패, 뒷수습은 어떻게 하나
SK 이만수 감독과 롯데 양승호 감독은 모두 2차전 투수교체에 실패했다. 이 감독은 2차전 6회 2-1에서 4-1로 달아나자 7회 시작과 함께 잘 던지던 선발 윤희상을 빼고 엄정욱을 투입했다. 필승조 박희수와 정우람을 아낀 것이다. 패착이 됐다. 엄정욱은 흔들렸다.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2점을 내줬고 이 감독은 4-3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부랴부랴 박희수를 올렸으나 대타 조성환에게 적시타를 맞아 승부는 원점이 됐다. 이 감독 본인도 이를 본인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투수교체는 언제든지 실패 할 수 있다. 하지만 뒷수습이 중요하다. 단기전이니 모든 경기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독은 이후 뚜렷한 방책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정우람이 연장 10회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 감독은 2차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좀 더 많이 연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 믿음 속의 변화, 운영의 묘를 발휘하라
양 감독은 1~2차전 모두 투수교체에 실패했다. 1차전 6회초 1-1 동점을 만든 뒤 6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잘 던지던 선발 쉐인 유먼을 빼고 김사율을 넣었다. 유인구 승부가 좋기 때문에 컨디션 난조인걸 눈치 챘음에도 다른 대안이 없어서 밀고 나갔다. 하지만 김사율은 주자를 전혀 견제하지 못했고, 좌타자 박정권에게 적시타를 맞아 결승점을 내줬다. 양 감독도 그게 패인이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2번 실수하지 않았다. 2차전서도 투수교체에 실패했지만 뒷수습이 돋보였다. 6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선발 송승준을 빼고 마무리 정대현을 투입했다. 승부처라고 봤는데 정대현은 조인성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1-4가 됐다. 정대현의 조기 투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가 인상적이었다. 7회 타자들이 2점을 추격한 뒤 1사 2루 찬스에서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실책, 본헤드 플레이로 마음 고생 중인 베테랑 조성환을 투입해 동점타를 이끌어냈다. 조성환 개인적으로서도 자신감 회복을 할 수 있었고, 팀은 10회 역전 발판도 마련했다. 이어 김성배를 투입해 2⅔이닝을 끌고가는 뚝심을 선보였다. 1차전서 부진한 김사율을 아끼며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팀도 살리는 묘안이었다. 김성배의 호투 속에 결국 10회 역전 득점이 나왔다. 정대현 조기 투입이 실패했으나 뒷수습에 성공한 롯데는 결국 2차전을 가져갔다.
▲ 감독의 냉철함이 3~4차전 희비 가른다
이 감독과 양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신뢰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단기전은 벤치워크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2차전을 통해 두 감독은 작전의 타이밍과 적절한 선수 기용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이미 불펜이 무너졌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들어 펄펄 나는 선수와 바닥을 기는 선수도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경기 막판 승부처를 지배하기 위해선 감독의 순간적인 직감과 경기를 읽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1~2차전을 계기로 두 감독이 좀 더 빨리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한 박자 늦게 움직일 것인가. 그리고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까. 두 감독에게 부산으로 이동하는 18일은 고민과 번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투수 교체 이후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만수 감독(위), 선수들을 격려하는 양승호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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