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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와 K-POP' 패키지 조합 기사를 통해 인기 몰이
일본 연예 매체들 사이에서 'K-POP 때리기'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의 활동을 재개한 카라나 소녀시대를 타깃으로 한 비방성 기사가 눈에 띈다.
문제는 이러한 기사가 정당한 근거나 확실한 취재처가 적시되지 않은 절름발이 기사라는 점이다. 이 같은 기사들은 '인터넷 우익(ネットウヨ)'으로 알려진 일본 네티즌을 중심으로 기사의 확대·재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0월 15일 닛칸 사이조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무려 한국 관련 기사가 3개나 걸려있었다. 소녀시대와 카라의 소식이 메인 뉴스에 게재돼 있었고 기획 기사 부분에도 사진과 함께 한류 관련 소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사이트에 3개의 K-POP 뉴스가 게재된 만큼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제목이 심상치 않다. '소녀시대와 니코니코동영상 제휴의 배경', '카라, 도쿄돔 공연 빈자리는 불가피?!', '다케시마 문제로 K-POP완전 종료'. 한눈에 봐도 반가운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콧대' 높던 소녀시대 인터넷 방송으로 추락"
소녀시대 기사부터 훑어보자. 지난 5일, 소녀시대가 일본의 동영상 사이트로 유명한 '니코니코동영상'의 생방송에 출연한 사실이 기사의 소재가 됐다.
그런데 단순히 소녀시대의 출연을 소개하는 기사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핵심은 "고급노선을 표방해 온 소녀시대가 왜 그동안 경원시해 온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게 됐느냐"이다.
이 기사는 음악 아티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소녀시대의 인터넷 방송 출연 배경에는 독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POP 관계자 사이에서는, 니코니코동영상이 방송국과 비교해 격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어, 이제까지 니코 측으로부터 오퍼가 있어도 소녀시대 측은 거절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생방송 출연이 실현된 것에 니코니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 가운데는 '다케시마 문제로 K-POP이 (공중파에서) 니코 동영상으로 내려오게 됐다'는 조롱 섞인 의견도 있다"
즉, 독도 문제로 공중파 출연이 어렵게 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발매한 신곡‘OH!’가 오리콘 차트에서 주간 랭킹1 위를 차지했지만, 이전 1위 곡인 '파파라치'의 앨범 판매고와 비교했을 때 30%가량 줄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콧대 높았던 소녀시대마저 전략을 수정해 일본에서의 인기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다. K-POP의 종언을 예감하게 한다"는 결론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 "카라, 도쿄돔 공연 실패는 뻔해"
소녀시대의 기사가 은근한 조롱 투였다면, 카라 기사는 노골적인 악평이었다.
얼마 전 카라가 한국 여가수 중에서는 최초로 도쿄돔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기사는 "과연 도쿄돔 4만 5천 관객석이 메울까"라며 카라의 도쿄돔 단독 공연 개최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 근거로 든 것이 오키나와 공연 때의 모습. 한류잡지 편집자의 말을 인용, "공연 직전까지 6천 장의 티켓이 팔리지 않아 이벤트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오키나와 현에 있는 한 휴대전화 회사가 6천 명을 초대하는 가입자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 실시 배후에는 삼성의 존재가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 이벤트에는 카라 이외에 일본 인기 아티스트들이 출연했지만, 카라가 메인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티켓이 팔리지 않았다는 것은 카라의 전성기가 이제 끝났다는 증거일 것이다"라고 기사는 전했다. 또한, 이 기사는 "도쿄돔 공연에서도 오키나와 때처럼 '억지 물타기 동원'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글귀로 끝맺고 있다.
즉 카라가 메인인 이벤트임에도 개최 직전까지 6천 석의 티켓이 팔리지 않았고, 초대권 등의 경품으로 뿌려 겨우 객석을 채웠을 정도로 카라의 인기가 하락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러한데 감히 4만 5천 석 규모의 도쿄돔 공연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웃음 섞인 비난이었다.
◆'독도와 K-POP' 패키지 조합
사실 닛칸 사이조는 연예 뉴스를 메인으로 하는 인터넷 매체다. 경쟁이 치열한 일본의 언론 시장인 만큼 어느 정도의 '제목장사'나 흥미 위주의 내용 전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이조의 기사에는 지나친 면이 많다.
기사의 대부분이 웹사이트 게시판 같은 곳에서 소스를 얻어 근거의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출처의 명시도 없이 익명을 가장해 전달하고 있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카라와 소녀시대 기사도 마찬가지다. "독도 문제로 K-POP이 위기다"라는 결론만 본다면 한국과 일본의 최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생각되지만, 익명을 내세운 인터뷰에 기초해 추측성 결론을 도출하는 형식이라 어딘지 모르게 작위적인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카라의 경우, 정말로 6천 장 규모의 티켓이 경품으로 뿌려졌다면, 기자가 취재한 곳이나 정보 제공자의 인터뷰를 싣는 것이 마땅한데 전혀 그런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삼성이 뒤에서 힘을 써 개최를 강행할 수 있었다는 소문만을 전하고 있었다. 물론 ‘한국잡지 편집자’의 말로서 인용된 부분이다.
소녀시대 기사에서도 한 페이지가 넘는 기사의 내용 중 사실 부분은 소녀시대가 니코니코동영상에 출연했다는 소식과 음반 판매량 뿐이다. 나머지는 음악 아티스트의 말을 빌려 "그런 소리가 들린다더라"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일본인조차도 신빙성에 의구심을 품는 이 매체의 기사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라나 소녀시대의 기사 역시 사이조의 메인에 걸리자마자 일본 최대 커뮤니티사이트인 2ch 게시판 등지에서 화제가 됐다. 인터넷 우익의 집결지로 유명한 사이트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그럴 줄 알았다", "고소하다"라는 반응 일색이다.
문제는, 때로는 이런 가십성 기사에 수백,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이 게시물들이 블로그나 트위터 등으로 전파되고 일반적인 일본인들에게까지 두루 읽히는 순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제이피뉴스에 사진을 제공하며 일본 프라이데이나 사이조 등 주요 매체들과도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인 프리사진기자는 한류 보이콧도 일종의 한류라고 지적한다.
"사이조와 같은 매체의 경우는 인터넷 우익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작은 매체일수록 애초부터 그쪽에 목표를 맞추고 기사를 내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우익들의 구미에 맞는 기사를 쓰면 조회수나 광고 수익 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는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다. K-POP과 독도를 연관시킬 수 있다면 절호의 조건이 갖추어진 셈.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한류 보이콧으로 한류가 퇴출당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여전히 한류 기사는 연예 잡지 시장의 최고 상한가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타킷도 이미 설정된 분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조작설이나 한국 정부 배후설이 인터넷 우익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고, "독도 날조와 같이 조회 수 날조를 통해 거짓 붐을 일으켰다"는 내용의 기사도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소위 요즘 일본에서 가장 잘 먹힌다는 '독도와 K-POP' 패키지 조합.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을수록 더욱 일본에서 K-POP때리기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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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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