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고동현 기자] 수비에서 울고 웃었다. 이는 승패로 직결됐다.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SK 와이번스를 4-1로 꺾었다. 이로써 롯데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가며 13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 앞에 뒀다.
큰 경기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없다. 호수비가 나오면 그 팀의 분위기는 급격히 상승하는 반면 실책이 나오는 경우에는 순식간에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게 된다.
이날 양 팀은 이같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흔히 수비하면 SK가 롯데에 압도적 우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날은 정반대였다.
롯데는 수비에서 웃었다. 그 중심에는 손아섭이 있었다. 우익수로 선발 라이업에 이름을 올린 손아섭은 1회초 박재상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았다. 덕분에 롯데 선발 고원준은 공 8개로 깔끔하게 1회를 마감할 수 있었다.
끝이 아니었다. 롯데가 3-0으로 앞선 가운데 4회초 무사 1루 SK 공격. 처음으로 선두타자가 나간 SK는 추격점을 뽑기 위해 노력했다. 타석에는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호준. 이번 역시 우측으로 타구가 향한 가운데 이번에는 홈런에 가까운 큰 타구였다.
잠시 후 늘어난 것은 SK의 점수가 아닌 아웃카운트였다. 손아섭이 펜스 바로 앞에서 점프를 한 뒤 글러브에 공을 넣은 것. 만약 이 타구가 2루타 이상이 됐다면 그 이후 경기 흐름은 SK쪽으로 급격히 넘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손아섭의 호수비로 인해 분위기는 롯데쪽으로 더욱 굳혀졌다.
이 밖에 롯데는 공식 실책 '0' 뿐만 아니라 경기내내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마운드를 도왔다. 8회초 이호준의 타구 때 김주찬이 공을 잡지 못하기는 했지만 이는 잡으면 롯데에게 고마운 수비였을 뿐 실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2차전에서 수비에 눈물 흘린 SK는 이날도 결정적 실책이 나오며 고개를 떨궜다. 2차전과 마찬가지로 유격수 자리에서 일이 터졌다. 3회말 홍성흔의 평범한 내야 땅볼을 유격수 박진만이 놓친 것. 이후 송은범의 보크까지 나오며 실점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선발 송은범이 3실점째 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책으로 박진만은 포스트시즌 11번째 실책을 기록, 박종호, 김동주와 함께 포스트시즌 최다 실책 타이를 이루는 불명예도 안았다.
6회 수비 역시 실점과 직결됐다. 6회말 2사 2루에서 우익수 조동화가 문규현의 타구를 잡으려는 순간 타구가 조명 사이로 들어갔고 결국 허무하게 1실점을 추가했다. 실책은 아니더라도 SK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롯데의 쐐기점과 SK의 추격점 사이에서 나온 두 차례 수비 장면은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선발 송은범이 난조를 보이며 내준 1회 2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2점은 안 줘도 될 점수였다.
SK는 강점으로 지적되던 수비에서 2경기 연속 기대에 못 미쳤고 롯데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뀌었다. 결국 시리즈 전적 역시 롯데가 2승 1패로 앞서게 되는 결과가 나왔다. 수비에 뒤바뀐 운명이다.
[두 차례 호수비를 선보인 롯데 손아섭(첫 번째 사진), 평범한 타구에 실책을 기록한 SK 박진만. 사진=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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