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김진성 기자] 믿음과 변화. 상충되는 것 같지만 이게 양승호 리더십이다.
양승호 감독의 롯데가 22일 플레이오프 5차전서 패배하고 1992년 이후 20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또 다시 실패했다. 그래도 롯데의 올 시즌은 성공적이다. 이대호와 장원준 없이. 그리고 포스트시즌서 이용훈과 라이언 사도스키의 공백 속에서도 13년만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로 단기전 약체 이미지를 벗었다.
양승호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곤 설명할 수가 없다. 로이스터 전 감독이 다져놓은 두려움 없는 야구에 세밀한 야구와 끈끈한 야구를 가미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행을 이끌어냈다. 롯데는 9월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유먼, 사도스키, 김주찬, 박종윤 등 부상병이 속출했고, 한 시즌 내내 잘해주던 불펜진이 흔들렸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떨어졌다. 7연패와 5연패 한 차례씩을 맛보며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시즌 막판 롯데의 팀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더라도 희망이 없어 보였다.
양 감독은 9월 부진을 돌아보면서 “투타 사이클이 바닥까지 갔다. 포스트시즌서는 다시 올라올 것이다”라고 했다. 차분하게 기다렸다. 절대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았다. 부진에 빠진 불펜진은 적절한 휴식을 주면서 구위가 살아나길 기다렸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 대부분 주전이 복귀했으나 모두 컨디션이 100%로 올라온 건 아니었다. 조성환, 전준우, 박종윤 등은 극심한 트라우마와 부진을 겪으며 침체를 겪었다. 김사율은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양 감독은 김사율을 중간계투로 활용하면서 최대한 휴식을 줬고, 조성환을 플레이오프 2차전서 대타로 기용해 동점타를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부진하던 전준우도 4안타를 치며 살아났다. 정대현의 조기 투입이 실패로 돌아가자 구위가 좋은 김성배를 오래 끌고 가는 용병술로 2차전을 따낸 데 이어 3차전마저 승리를 이끌었다. 믿음 속 변화가 주효했다. 타자들에게 볼 카운트 별로 웨이트 사인을 내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전략은 양 감독의 또 다른 역작이었다.
양 감독은 작년 포스트시즌을 돌아보면서 “작년에는 어떻게 플레이오프를 했는지 모르겠다. 선수를 믿어선 안 된다.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사인을 보내고 임무를 부여하는 게 오히려 선수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의미있는 변화였다. 변화를 토대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믿음과 변화의 양승호 리더십이 플레이오프 패배로 빛을 잃어선 안 된다.
양 감독은 롯데를 더 이상 쉽게 아무나 요리할 수 없는 팀으로 탈바꿈 시켰다. 롯데는 SK와의 플레이오프서 선발진이 열세였다. 원래 밀리는 게 아니라 이용훈과 사도스키의 공백 탓이었다. 5차전서 결국 마운드 물량 열세와 미세한 수비력 열세로 밀렸으나 완패가 아니라 시종일관 접전이었다.
이제 롯데는 2013년을 준비하게 된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성과도 있었고, 수비 불안, 2% 부족한 작전수행능력 등은 보완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2년 만에 롯데를 탈바꿈시킨 양승호 감독이 있다면 롯데의 2013년은 결코 어둡지 않다.
[양승호 감독. 사진 = 문학 곽경훈 기자. kph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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