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후배간의 2년 연속 격돌이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가 23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는 한양대-삼성 5년 선후배 감독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1958년생인 SK 이만수 감독은 1963년생인 삼성 류중일 감독의 5년 선배다. 한양대 78학번인 이 감독은 1982년 삼성에 입단해 1997년까지 16시즌간 삼성의 레전드로 활약했다. 뒤이어 류 감독이 1987년 삼성에 입단해 1998년까지 12시즌간 삼성의 간판 유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감독은 류 감독이 1년 빨리 시작했다.
두 감독은 기본적으로 믿음의 야구를 한다.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스타일은 분명 다르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화려한 야구를 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까지 역임했다. 자유분방함 속에서 선수들의 창의성을 살려주면서도 적절한 벤치워크를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류 감독은 믿음과 신뢰 속에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며, 티가 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세밀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스타일이다.
▲ 허허실실 류중일 “5차전까지 갔으면” 그 이면의 승부수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 막바지 “누가 올라오든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미리 한국시리즈 행을 확정한 뒤 체력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파트너는 진을 빼고 올라올수록 유리하다. 류 감독의 바람대로 SK가 5경기를 치르고 올라왔다. 삼성은 정말 쉽게 SK를 꺾을 수 있을까.
대체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SK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역시 쉽게 지지 않는 끈끈한 팀이라는 게 증명됐다. 류 감독은 겉으론 천연덕스럽게 5차전 발언을 하면서도 SK의 이런 특성을 모를 리 없다.
삼성은 지난 9일부터 천연잔디가 깔려있는 경산볼파크와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대구구장에서 고루 적응훈련을 했다. 자체 청백전도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서 실시했다. 투타, 주루, 수비 훈련 등 훈련 매뉴얼도 다양했다. 모든 훈련 계획을 투타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체크한 뒤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 컨디션을 맞출 수 있게 짰다. 전력상 유리하단 걸 알면서도 한국시리즈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 꼼꼼하게 훈련을 지휘했다.
류 감독은 22일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SK가 올라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미 가상의 한국시리즈 상대가 SK라는 걸 알고 맞춤형 훈련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겉으론 솔직 담백한 화법이 돋보이는 류 감독이지만, 실은 매우 거사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의 두뇌에서 무슨 승부수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 칭찬과 격려 이만수, “기분 좋게 망치자” 그러나…
이만수 감독은 플레이오프 5차전 직후 “선수들이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경기 전 이광근 수석코치와 성준 투수코치를 통해 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거기엔 “이기고 지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이왕 경기 하는 거 기분 좋게 망치자”라고 적혀 있었다. 말 한마디로 끝장승부의 부담을 덜어준 고도의 칭찬 리더십이었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1,4,5차전서 승리한 뒤 인터뷰실에서 선수들 칭찬에 열을 올렸다. 아쉬운 점을 얘기해달라고 해도 결국 마무리는 “우리~ 선수가 잘 해줄 것이다. 믿는다”라는 식으로 한다. 전형적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큰형님 스타일이다. 시즌 내내 “2위한 것도 대단하다”라고 선수들을 치켜세운 이 감독이었다. 한국시리즈라고 다를 게 없을 듯하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서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을 보이는 선수에게 무한 칭찬과 격려를 할 것이다.
이 감독은 오히려 류 감독보다도 작전을 덜 내는 스타일이다. 류 감독이 허허실실 화법을 써도 막상 승부처에선 치밀한 계산 속에서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정말 선수들을 믿고 내버려두는 편이다. 때문에 간혹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깜짝 작전을 내놓을 때 파급효과가 대단한 편이다. 플레이오프 5차전만 봐도 그렇다. 이미 3차전서 실패한 조인성 대타 카드를 유먼에게 내밀어 추격의 2타점 적시타를 이끌어냈다. 이 감독도 “그게 아니었다면 못 이겼다”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두 감독은 기본적으론 믿음의 야구를 펼친다. 하지만, 류 감독은 영리한 야구를 했던 스타일이 감독이 돼서도 나타난다. 반면 이 감독은 화끈한 야구를 지향하면서도 상대를 움찔하게 할 승부수가 있었던 스타일이 감독이 돼서도 묻어난다. 닮은 듯 다른 한양대-삼성 선후배 감독들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두뇌전쟁을 앞두고 있다.
[류중일 감독과 이만수 감독이 나란히 서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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