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발야구의 진수였다.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삼성은 7회말 2-1 불안한 리드 중이었다. 선두타자 이지영이 좌중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 찬스를 놓칠 경우 흐름은 SK로 넘어갈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지영을 빼고 전문 대주자 요원 강명구를 넣었다. 강명구는 올 시즌 72경기에 나섰으나 단 11타석에 들어서 10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7경기에 1번 꼴로 타석에 들어선 셈. 사실상 거의 대주자와 대수비로만 한 시즌을 보냈다고 보면 된다. 놀라울 일도 아니다. 그는 프로 통산 9년동안 타수가 단 235개에 불과하다.
전문 대주자의 운명. 가장 긴박한 상황에 투입돼 반드시 홈을 밟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쉽지 않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을 경우 횡사하는 수가 있다. 그럴 경우 팀 분위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흐름은 순식간에 상대팀으로 넘어간다. 언제 투입될 지 모르기 때문에 불펜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경기 중반이면 불펜 주변에서 충분히 몸을 풀며 대기해야 한다. 삼성 경기 중 박빙 승부서 강명구가 경기 중반 불펜에서 가볍게 달리는 모습을 보는 건 전혀 놀랍지 않다.
강명구도 이미 수 많은 큰 경기서 대주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이 주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언제 뛰어도 한국시리즈는 가슴이 떨린다. 가슴이 떨려도 몸은 떨리면 안 되는 게 대주자의 운명. 강명구는 또 한번 해냈다. 무사 1루에서 1루 대주자로 들어간 그는 김상수의 1루수 희생번트 때 안전하게 2루까지 진루했다.
그 다음이 쇼타임이었다. 후속 배영섭이 2루수 왼쪽으로 가는 강한 내야안타 성 타구를 날렸다. SK 내야진은 강명구를 제어할 여유가 없었다. 배영섭을 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3루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센스가 넘치는 강명구는 이미 우왕좌왕하는 SK 내야진을 농락하고 있었다. 3루를 통과해 순식간에 슬라이딩을 하며 홈을 터치했다. 3루수 최정이 공을 받아 뒤늦게 포수 조인성에게 던졌으나 송구가 약간 높았고, 강명구는 절묘하게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그의 세레모니에 대구구장이 열광에 빠졌다.
강명구의 발이 만든 1득점. 2-1에서 3-1로 달아난 1점은 불펜 필승조가 가동되던 삼성에 천군만마나 다름 없었다. 그가 또 한번 삼성을 살렸다. 삼성이 단기전서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을 잡았다. 이승엽의 홈런도 있었고 윤성환-이지영 베터리의 선전도 있었다. 그러나 강명구의 재치 넘치는 발야구 없인 1차전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늘 그랬듯 소금 같은 활약으로 대구 팬들에게 박수를 받은 강명구, 이날은 당당히 승리의 주역이었다.
[홈을 밟은 뒤 포효하는 강명구. 사진 = 대구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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